공자는 속담을 인용하여 새로운 가르침을 전했다. 진정으로 단단한 것을 말할 때 아무리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다고 하고, 진정으로 흰 것을 말할 때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는 속담이다. 不曰堅乎와 不曰白乎는 반어법이다. (린,인)(린)은 조금씩 닳아 얇아짐이다. 涅(날)은 물속에 있는 검은 흙인데 검게 물들임이다. 緇(치)는 검은색인데 검게 물든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吳載純(오재순)은 40년간 사용한 石友, 곧 벼루에 銘을 새겨 벼루의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 미덕을 찬양하면서 堅貞(견정)을 고수하는 정신경계를 표명했다. ‘갈아도 닳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공자의 말에서 차용해 왔다. 그의 아들은 그 글을 벼루에 새겨 부친의 관 오른편에 함께 매장해서 부친의 自撰墓誌(자찬묘지)로 삼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