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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전통 공연… 한식… 막걸리… 워커힐쇼, 양복 던지고 한복 입다

입력 | 2010-04-09 03:00:00



벽안(碧眼)의 무희들이 펼치는 다소 야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의 쇼,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와인을 함께 즐겼던 쇼. 47년을 이어온 이 같은 분위기의 ‘워커힐쇼’가 제대로 변신했다. 워커힐호텔이 이번에 내세운 것은 다양한 형태의 한복을 입은 ‘춤꾼’들이 펼치는 한국 전통 공연과 한식 그리고 막걸리다.

○ 60억 원 들여 만든 전통 공연 ‘꽃의 전설’

워커힐호텔이 1963년 4월 8일 개관 기념으로 가수 겸 트럼펫 연주가인 루이 암스트롱을 초청해 시작한 것이 ‘워커힐쇼’다. 지금까지는 약 30분 동안 펼쳐지는 민속 공연과 1시간가량 이어지는 외국인들의 공연으로 구성했었다. 공연의 무게중심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호주, 유럽 등에서 활동하는 무희들이 참여하는 외국인 공연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국인 공연을 빼고 새로운 우리 전통 공연인 ‘꽃의 전설(Legend of Flower)’만 선보인다. 공연에 참여하는 60여 명의 배우는 모두 한국인. 처음으로 ‘워커힐쇼’에서 외국인이 배제되는 셈이다. 60억 원을 들여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꽃의 전설’은 홀로그램 영상을 배경으로 춤과 음악, 타악, 비보이 댄스, 고공널뛰기, 공중 그네타기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총 4장의 공연으로 85분간 펼쳐진다.

○ 우리 전통 공연과 어우러진 한식

외국인 공연이 중심이었던 예전에는 공연과 함께 양식이 어울렸지만 지금 선보이고 있는 ‘꽃의 전설’에는 한식이 어울리는 게 당연한 일. 워커힐은 최고급인 프레스티지석부터 R, S, A석 등 좌석에 따라 각각 다른 한식을 준비했다. 워커힐의 궁중요리 전문 한식당 ‘온달’의 전통 조리 기법을 기반으로 메뉴를 구성한 것이 특징. 특급 호텔의 명성에 맞게 국내산 고급 식재료를 사용했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너비아니와 갈비구이, 새싹비빔밥 등을 포함시켰다.

봄에 맞는 새싹비빔밥과 같이 계절에 따라 메뉴를 조금씩 변화시킬 계획이다. 또 한상차림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고객을 배려해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도 양식의 코스 요리처럼 한다. 박흠용 워커힐 씨어터 조리장은 “‘워커힐쇼’를 한국 전통 공연만으로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한식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이전까지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한식의 맛과 향, 형태가 낯선 외국인들에게 무조건 한식 맛보기를 권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음식은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 자체에 호감을 가지게 될 때 한식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한국의 전통 공연과 함께 즐긴 한식은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외국인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것이 박 조리장의 생각이다. 워커힐은 한식 요리에 어울릴 수 있도록 백세주와 복분자주, 한산소곡주 등 민속주와 함께 우곡주 같은 막걸리 판매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 벚꽃 유명한 워커힐 ‘봄꽃 축제’에도 막걸리존 등장

1989년 시작해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워커힐 봄꽃 축제’에도 ‘막걸리존’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워커힐 봄꽃 축제는 벚꽃으로도 유명하며 2004년 2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이 현재는 10만 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까지 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곳곳에 와인카페가 마련되고 시음회가 열리는 등 꽃과 어우러졌던 술은 단연코 와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와인 공간을 다소 줄이고 그 대신 국순당의 고급 막걸리 ‘미몽’이나 ‘이화주’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는 것. 막걸리의 맛과 멋을 더하기 위해 막걸리 항아리와 표주박도 제공한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이달 중후반에 많이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에게도 적극적으로 막걸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더불어 도토리묵무침, 홍어무침, 해물파전, 녹두빈대떡, 수육보쌈 등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한식 메뉴도 마련됐다. 권은주 워커힐 홍보담당은 “막걸리뿐만 아니라 25일까지는 이곳에서 매주 토·일요일 오후 5시부터 ‘김치 클래스’도 진행된다”며 “워커힐이 만드는 고급 김치인 ‘수펙스 김치’ 만드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