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지수가 1,700을 넘어서기만 하면 펀드 환매가 반복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원금을 회복했거나 원금 회복에 근접한 투자자들이 기회가 왔을 때 돈을 빼자는 마음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펀드매니저를 믿고 기다리기에는 위험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펀드매니저도 하소연하고 싶다. 세계 최고 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그 모양이었는데 변방에 있는 우리가 이 정도 했으면 낙제점은 면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하지만 복기해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투자자들의 돈이 막무가내로 몰릴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반성할 일이다.
증권업계에선 흔한 말로 손이 바뀌어야 큰 장이 선다고 말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뜨거운 맛을 본 투자자들이 뒤도 안 보고 보따리 싸야 새로운 시장이 시작된다는 속설이다. 지난 경험으로 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3년 전 남들이 펀드 살 때 따라 사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 또다시 남들이 환매할 때 덩달아 팔고 나서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당연히 환매해야 한다. 그러나 마땅히 갈 곳 없이 무작정 환매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최근 1년 만기 예·적금 금리가 3%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현재 시중에 쌓인 현금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정도 금리에 만족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등 돌리고 있는 증시를 외국인투자가들은 사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글로벌 경제도 불확실성 속에서 서서히 2007년 이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남들이 무조건 환매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야 재테크에 후회가 없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