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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吾豈匏瓜也哉라 焉能繫而不食이리오…

입력 | 2010-04-09 03:00:00

내가 어찌 뒤웅박과 같겠는가? 어찌 매달려 있어 먹지 못하겠는가?




지난 호에서 이어진다. 晉(진)나라 大夫 趙簡子의 가신으로서 반란을 일으킨 佛@(필힐)이 공자를 부르자 공자는 가려고 했다. 하지만 子路가 반대하자 군자는 不善人 속에 던져지더라도 그들에게 동화되지 않고 그들을 善導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어와 비유의 표현을 통해 세상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곧 뒤웅박은 먹지 못할 식물이므로 한곳에 매여 있지만 나는 먹을 수 있는 식물과 같아서 동서남북으로 갈 수 있기에 한 곳에 매여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吾豈∼와 焉能∼은 모두 반어법의 표현이다. 匏瓜는 별자리라는 설도 있지만 뒤의 어구로 보아 뒤웅박 설이 옳다. 뒤웅박이 매달린 채로 있다는 표현은 ‘주역’의 井卦(정괘)에서 ‘우물이 깨끗한데도 먹어주지 않는다’고 한 것이나 鼎卦(정괘)에서 ‘꿩의 맛있는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능이 있어도 등용되지 못함을 비유한다. 그래서 匏繫(포계)라고 하면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하고, 匏繫之歎(포계지탄)이라 하면 재능이 있어도 등용되지 못하는 것을 탄식하는 말이 된다.

군자의 出處進退(출처진퇴)에는 經法(경법)과 權道(권도)가 있다. 공자는 이전에 “직접 그 몸에 不善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군자가 그 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經法을 밝힌 것이다. 공자가 필힐의 부름에 가려고 했던 것은 천하에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이 없고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니, 큰 權道를 따르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필힐이 끝내 변화될 인물이 아니고 옳은 일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았으므로 결국 가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權道를 실행한다면서 不善을 저지르는 자의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오만이요 기만이다. 성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권도를 운위할 수 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