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에 국가 방향 제시한 드라마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이와 관련한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그중에서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과 ‘료마전(傳)’이 돋보인다. 소설가 시바 료타로 원작(原作)의 ‘언덕 위의 구름’은 1904년 러일전쟁에 참전해 공훈을 세운 아키야마 형제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말 1부를 내보냈고 올해 말과 내년 말 등 모두 세 차례로 나뉘어 방영되는 점이 특이하다. ‘료마전’은 올해 초부터 방영되고 있는 48부작 드라마로 일본 근대화의 일등공신 사카모토 료마를 그리고 있다.
중국의 국영방송인 중국중앙(CC)TV는 건국 60년 기념으로 드라마 ‘공자’를 곧 방영한다는 소식이 나온다. 문화혁명 시기에 홍위병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던 공자는 몇년 전부터 중국 정부에 의해 재조명되기 시작하더니 최근 중국 사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드라마 ‘공자’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30부작으로 ‘공자 복권(復權)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다. CCTV는 이 드라마에 한국 가수 이정현 등 외국 연기자들을 출연시키면서 공자를 해외에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매체들이 ‘공자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빈부격차와 같은 새로운 사회 문제에 대한 내부적 해법 제시라는 측면 이외에도 중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들이 중국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널리 알려 문화적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어떤 의도이든 드라마 ‘공자’는 세계의 권력구조가 급변하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한국 공영방송의 지리멸렬
한국 공영방송이 올해 기획한 프로그램 가운데 ‘료마전’과 ‘공자’에 비교될 만한 드라마로는 6·25전쟁을 다룬 ‘전우’(KBS)가 있다. 1970년대 방영됐던 같은 이름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는 이 작품을 놓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반공(反共) 드라마’라고 공격하고 있다. 북한의 침략으로 발발한 6·25를 그리면서 어떻게 반공 드라마가 아닌 다른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KBS가 일부의 ‘태클’ 속에서 당초 의도했던 대로 드라마를 끌고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