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엔수지애스트’는 이탈리아 와인의 전통과 혁신을 말해주는 10가지 아이콘 와인을 선정했다. 1963년 제정된 원산지 호칭 통제(DOC) 시스템에 가장 높은 등급인 DOCG가 추가된 지 30년을 기념해 나온 이번 발표를 살펴보면 이탈리아 와인을 알아가는 데 있어 기억해야 할 핵심 지역, 품종, 와인, 와이너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역으로는 전통의 피에몬테(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베네토(아마로네), 토스카나(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키안티 클라시코)를 비롯해 최근 무섭게 부상 중인 남부 와인의 거점 캄파니아(타우라시)와 시칠리아 등이 고르게 선정됐다.
1800년대 후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비온디 산티의 업적을 놓쳤을 리 없다. 브루넬로로 만드는 이 와인은 특히 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는 코르비나를 주축으로 지역 토종 품종을 섞어 만든다. 볏짚에서 3, 4개월 건조시킨 포도의 높은 당분을 모두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고 한 모금만 마셔도 강렬한 개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알레그리니, 스페리, 퀸타렐리 등 쟁쟁한 와이너리를 제치고 선정된 명가는 베르타니다. 이탈리아 땅에서 재현한 보르도 와인의 맛을 보고 싶다면 오르넬라이아와 사시카이아가 답이다. 이탈리아 와인의 혁신을 말하면서 티냐넬로를 빼놓았다면 말이 안 됐을 것이다. 대표적인 슈퍼 토스카나 와인으로 꼽히는 이 세 와인의 명성은 국내에서도 대단하다.
지금 베네토의 베로나에서는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비니탈리가 열리고 있다. 4월 초만 되면 어김없이 이탈리아 와인이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번 주의 와인 - 타우라시 라디치 리제르바, 마스트로베라르디노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