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등 세계 주요인사 30명의 ‘한국 진단’
“폐쇄적 경제구조 도약 걸림돌
여성 사회활동 참여율 높이고
대학원 수업 영어로 진행해야”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30명이 한국을 위해 펜을 들었다. 도미니크 바튼 매킨지&컴퍼니 회장,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 피터 벡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문제연구센터 연구원 등 면면이 쟁쟁하다. 이들의 기고를 묶은 이 책은 ‘글로벌 리더들의 한국 현주소 진단과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는 부제가 붙을 만한 책이다.
폐쇄성은 고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스쿨(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한국은 부유하지만 외로운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에는 유럽, 아프리카, 아랍권, 앵글로색슨 지역 등 소집단이 있는데 한국은 속한 집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책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바튼 회장은 서문에서 “이들이 지적한 과제들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제 해결책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고 썼다. 그의 말대로 기고자들의 지적과 충고, 제안은 한국이 익히 들어왔던 것들이다. 문제는 그런 지적을 2010년에 또다시 들을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교육에 대한 훈수도 많았다. 마이클 바버 매킨지&컴퍼니 글로벌공공부문 파트너는 단순 암기식 교육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학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현실도 지적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씨는 최근 서울의 한 유명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불가능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은 문화적 고립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학들은 석사, 박사 학위 과정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한국의 산업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많았다. 로치 회장은 “한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려면 제조업 부문에 의존해선 안 되며 노동 집약적인 서비스 부문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조사에서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한국은 66%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70%, 미국은 85%였다.
주간 ‘타임’의 아시아 지역 특파원인 마이클 슈만 씨는 비슷한 맥락에서 ‘박정희 유산의 청산’을 과제로 꼽았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박정희식 경제 개념은 수명을 다했으며 은행과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도 청산해야 할 유산이라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