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사업자 교체카드 약발은
정부-대북 전문가들
“국제사회 고립 자충수 일방교체 실현가능성 낮아”
협력업체들
“北관광사업 필수시설 확보 이번엔 빈말 아닌 것 같아”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소유 부동산에 대한 동결 조치 등을 발표한 가운데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 직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무실에서 긴장감 속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협력업체들은 이번 동결 자산들이 북측이 독자적으로, 혹은 새로운 사업자를 내세워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필수 패키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현대아산과의 계약 무효화 선언을 통해 북측 소유이면서 현대아산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동결된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온천장과 문예회관, 면세점까지 이용하면 숙박은 물론 온천욕, 공연, 쇼핑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관광공사가 지난달 25일 북측의 부동산 소집 요구에 응했는데도 온천장 등이 동결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분석이다.
북측과 금강산 관광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청년여행사’의 금강산 관광 안내 인터넷 홈페이지. 평양, 개성, 금강산 등을 돌아보는 6일짜리 관광상품 패키지를 홍보하고 있다. 중국청년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패밀리비치호텔을 운영하는 일연인베스트먼트 김래현 이사는 “지난달 25일 소집 당시 북한 인사들이 유류비와 세부적인 인력 배치 등 호텔을 운영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을 물어 의아했다”며 “북한이 현대아산의 사업권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사업자와 손을 잡겠다는 말이 단순한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중국 사업자들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이어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없는 중국에서 수천 명의 관광객을 동원하기는 사실상 힘들고, 이런 이유로 수익성도 크게 낮을 것”이라며 “현대아산의 각종 관광 인프라를 이어받을 만한 능력을 갖춘 중국 관광회사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정부 당국자는 “중국인이 금강산 관광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아산이 해온 외금강 지역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남측에 공개하지 않은 내금강(내륙쪽 금강산)을 열겠다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금강 지역은 북한 주민들의 등산코스로, 이곳을 중국 사업자에게 개방하는 것은 북측이 현대아산과 맺은 계약과는 관련이 없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