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스포츠동아 DB
‘탱크’최경주(40)가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최경주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6야드)에서 열린 제7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700만 달러·우승상금 135만 달러) 대회 사흘째 경기에서도 2언더파 70타를 쳐 중간합계 8언더파 206타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공동 3위를 유지했다.
사흘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유지한 최경주는 절정의 샷 감각과 퍼트로 우승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단독 선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는 4타차지만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오거스타 코스에서 4타차는 충분히 역전 가능한 수치다. 2004년 3위로 마스터스 최고 성적을 기록했던 최경주는 마지막 라운드 결과에 따라 역대 최고 성적은 물론 아시아 출신 첫 마스터스 우승 기록까지 넘보게 됐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흘 내내 보여준 최경주의 플레이는 거의 흠잡을 데 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오거스타의 유리알 그린에서 매일 언더파 스코어를 유지한다는 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경주는 3라운드까지 페어웨이 적중률 71.43%, 그린 적중률 77.78%,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271.67야드, 평균 퍼트 수 1.63개, 샌드 세이브율 66.67%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진출에 성공하며 길을 튼 최경주는 지난 10시즌 동안 투어 통산 7승을 따냈다.
우즈는 최경주와 함께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우즈는 3라운드 뒤 “최경주는 훌륭한 선수다. 최근 몇 년간 함께 친 적이 있었다. 영어도 많이 늘어 대화가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버디 7개를 잡아냈지만 보기도 5개를 쏟아내면서 2타를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그린이 까다롭다. 다행히 마지막 18번홀을 버디로 끝내 내일 경기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서만 통산 4승(메이저 통산 14승)을 챙긴 우즈는, 2005년 이후 5년 만에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노린다.
두 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양용은(38)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9위(5언더파 211타)로 주춤했다. 버디 4개를 기록했지만 2번홀 더블보기를 포함해 보기 2개를 적어내 이븐파에 그쳤다. 선두와 7타차다.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은 1타를 잃어 양용은과 함께 공동 9위로 내려앉았다.
리 웨스트우드는 4타를 줄이는 신들린 플레이로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첫 마스터스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영국 선수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건 지난 1996년 닉 팔도가 마지막이다.
두 번이나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었던 필 미켈슨(미국)은 13번(파5)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이글을 잡아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207타로 단독 2위까지 상승했다. 마스터스 역사상 두 개 홀 연속 이글 기록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날 선두에 나서며 노장 투혼을 발휘한 프레드 커플스(51·미국)는 5위(7언더파 209타)에 올라 역대 최고령 우승의 기회를 살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