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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好仁不好學이면 其蔽也愚하고 好知不好學이면…

입력 | 2010-04-12 03:00:00

仁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어리석게 되고, 지혜를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방탕하게 되고, 믿음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해치게 되고, 정직을 좋아하되 배움을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급하게 되고, 용맹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어지럽게 되고, 강직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경솔하게 된다.





‘논어’ ‘陽貨’ 제8장은 공자가 子路에게 六言六蔽(육언육폐)를 가르쳐 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공자의 평소 어투와 달라서 후대의 竄入(찬입)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子路는 평소 善言善行을 보면 곧바로 받아들이고 義理에 용맹했으나 학문을 깊이 하지 않아서 弊害(폐해)에 빠질 우려가 있었으므로 공자가 알기 쉽게 가르쳐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곧, 공자는 仁 知 信 直 勇 剛의 六言도 학문을 하지 않으면 각각 愚 蕩 賊 絞 亂 狂의 六蔽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전체 글은 동일한 어법 구조를 지닌 여섯 개의 문장을 나열한 형태로 되어 있다. 蔽는 遮掩(차엄), 즉 막아서 가림이니 곧 弊害를 말한다. 仁은 훌륭한 덕목이지만 好仁이 지나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구제하려고 하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愚의 폐해에 빠질 수 있다. 知는 智와 같다. 蕩은 흐트러진다는 뜻이다. 주자는 높이를 궁극에까지 추구하고 넓이를 궁극에까지 추구하여 그칠 곳을 모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賊은 해친다는 뜻인데, 殘忍(잔인)함을 말한다. 絞는 끈을 지나치게 꽉 묶은 것처럼 갑갑하다는 뜻이다. 好信의 폐단은 고지식한 믿음인 諒(량)에서 잘 알 수 있다. 亂은 條理를 어지럽힘이다. 狂은 輕擧妄動(경거망동)함이다.

仁 知 信 直 勇 剛의 六言은 확실히 美德이지만 그것들을 좋아하기만 하고 그 이치나 시행의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본성의 기호를 가리게 된다. 우리도 六言의 六蔽에 빠지지 않도록 참 학문을 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