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소련은 카틴 숲 대학살의 책임을 패망한 나치 독일에 떠넘겼다. 소련의 지배하에 있던 폴란드는 아무 말도 못했다. 이 사건은 폴란드의 비극적 역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코페르니쿠스와 쇼팽을 낳은 문명국 폴란드는 1772년부터 1918년까지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3국에 의해 분할 통치된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당한 나라가 폴란드다. 우수한 문화를 가졌으면서도 약육강식의 국제정세에서 번번이 당하기만 했던 약소국 폴란드의 슬픈 운명은 구한말 국권을 빼앗긴 우리나라를 연상시킨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등 96명을 태운 러시아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카틴 숲 대학살 공식행사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만을 초청하자 희생자 가족과 함께 별도 추모행사를 갖기 위해 가던 길이었다. 추락 장소가 카틴 숲 부근인 스몰렌스크이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정부요인이 함께 몰살해 엘리트들이 집단 처형당한 70년 전의 참상을 떠오르게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