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박기원 ‘누가 미술관을…’전공간화랑 김기철 ‘화양’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박기원 씨의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전의 설치작품 ‘배경’은 관객이 참여해야 작품이 완성된다. 공간을 대상으로 삼는 작가는 중앙홀의 벽과 바닥을 자신이 직접 그린 청록색 드로잉으로 감싼 뒤 그 위를 걷도록 관객을 초대한다.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온 관객들은 “도대체 작품은 어디 있느냐”며 두리번거리곤 한다. 2000m 비닐 시트지에 직접 붓으로 드로잉한 뒤 이를 조각조각 잘라 벽에 붙여 완성한 ‘배경’이란 공간설치작품. 늘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안해온 작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관객이 존재해야 온전한 작품이 구현되는 또 하나의 전시를 만났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화랑에 들어서면 잔잔한 물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 음악감상용 스피커처럼 보이는 물건이 걸려 있다. 그 앞을 지나치면 서서히 빗소리가 어우러지며 합창을 이룬다. 소리 자체를 조각의 대상으로 수렴한 김기철 씨(41)의 ‘화양(華樣)’전.
두 전시를 아우른 작품의 핵심 요소는 관객의 참여. 작가들이 재창조한 공간과 소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새로 인식하며 현대미술에 한발 다가서게 된다.
김기철 씨의 ‘화양’전에서는 관객의 존재를 감지해 빗소리를 들려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전시장에 오면 빗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턴테이블처럼 생긴 오브제에 연필을 대면 소리가 나는 작품도 있다. 사진 제공 공간화랑
품을 많이 들인 작품들이다. 철사의 물성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꿔놓은 작품의 경우 철선을 푸는 데만 10여 명이 보름간 매달려야 했다. 삭막한 공간을 한 폭의 회화이자 환상적 조각으로 바꾼 ‘배경’. 전시가 끝나면 철거될 이 작품을 준비하느라 작가는 올겨울 내내 팔이 떨어져라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 덕분에 관객은 있는 듯 없는 듯 덤불 사이로 걸어 나와 찬란한 색채의 천국을 활보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나와 작품이 합일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무뎌진 감수성을 벼리는 시간이다.
“화려한 색으로 꾸민 공간…
여기저기 걸려있는 스피커…
사람이 들어서야 작품 완성
예술과 인간의 하나됨 체험”
“나는 이미 만들어진 환경이나 풍경은 그대로 있고, 그 위에 ‘미세한 공기의 흐름’, 팔의 솜털이 움직이는 듯한 미세한 바람처럼 어떤 자극도 없어 보이며, 방금 지나친 한 행인의 기억할 수 없는 모습과 같은 최소한의 ‘움직임’을 원한다.”(작가노트)
전시 기간 무용과 오카리나, 하프, 아카펠라 음악회 등 공연이 마련된다. 전시 제목 그대로 ‘작품 이해’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각자 마음대로 보고 즐기고 느낄 것을 권한다. 3000원. 02-2188-6000, www.moca.go.kr
○ 듣고 느낀다
‘화양’이란 ‘삶의 빛나는 꼴’이란 의미를 담은 조어. 김기철 씨는 인생의 본질인 슬픔을 감추기 위해 더욱 화려하게 치장하는 삶의 모습을 소리로 표현하려 시도한다. 명상적 형식과 세밀한 기술이 어우러진 작품은 관객의 존재를 감지해 자연의 화음을 펼친다. 작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물소리. 고적한 종묘에서 녹음한 빗소리를 가공한 것이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작가, 작품, 관객의 벌어진 틈을 좁히려는 두 전시는 힘주어 말한다. 왜 현대미술을 두려워하느냐고, 일상의 짐을 벗고 뭔가 보고 들으며 즐거움을 누렸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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