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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스타배우의 위기징후들

입력 | 2010-04-13 03:00:00

변신실패… CF 치중… 늑장변신…
스타여, 당신은 어디에?




스타급 배우들은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식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순간 배우의 위기는 시작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로선 일부 열혈팬이 아닌, 일반적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직시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징후는 없을까? 적어도 다음과 같은 현상(혹은 사건)들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면, 지금 아무리 잘나가고 있다고 자평할지라도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 스타급 배우라면 다음 사항을 체크해 보시길….

첫째, 이것저것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고 판단될 때다. 최근 TV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출연 중인 손예진. 여기서도 그녀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만 기실 데뷔 이래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의 범주는 크게 4가지(청순, 내숭, 귀여움, 도발적 섹시함)거나 이들 4가지 캐릭터를 적정 비율로 뒤섞은 결과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무방비도시’와 ‘백야행’을 통해 섹시함으로 캐릭터를 확장하려 했던 그녀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캐릭터(청순+내숭+귀여움)를 종합한 연기로 돌아왔다. 새로운 시도가 벽에 부닥칠 경우 배우들은 가장 자신 있는 캐릭터로 돌아와 대중의 사랑을 확인코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이때가 조심해야 할 순간이다. 대중의 기대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나 드라마보다 CF에 훨씬 더 많이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 신민아나 임수정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신민아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CF에 출연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적잖은 사람들은 ‘정말 신민아가 저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신민아가 그간 배우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검증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임수정도 마찬가지.

배우로서의 능력과 CF 스타로서의 매력은 서로 다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김태희가 보여준다. 그는 서울대 학벌로 화제가 되면서 CF에서의 인기를 배경으로 드라마와 영화에 진입했다. 그러나 ‘아이리스’라는 화제의 드라마에 출연한 뒤 오히려 대중의 기대치는 떨어졌고 CF 스타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고 말았다. 왜냐? 영화와 드라마라는 ‘정면승부’에서 지면 대중의 환상도 사그라지게 되고, 그의 CF를 보는 시선도 금세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 변신의 타이밍을 주도하지 못하고 대중의 니즈(needs·수요)보다 한 발짝 뒤늦을 때다. 최근 ‘신데렐라 언니’란 드라마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문근영. 그녀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 갇혀 있다가 최근 일탈적 이미지로 180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대중이 ‘이젠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라고 느끼는 순간보다 반 박자 빨라야 한다.

최근 손예진과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꽃보다 남자’의 영웅 이민호도 같은 맥락. ‘꽃보다 남자’ 이후 그는 차기작에 출연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공백을 가졌다. 여기서 이민호가 꼭 알았으면 하는 대중의 심리. 대중은 처음엔 열렬히 기다리지만 지루해지면 금방 짜증내고 돌아선다는 것!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김선아, 차승원, 현빈, 김정은, 송혜교, 유지태, 이보영, 윤진서도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스크린과 TV에서 매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중요한 건 이들에 대해 대중이 최근 궁금해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