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미국의 안방인 애너하임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을 7-3으로 꺾자 "45억, 879억원을 울렸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야구대표팀 주전 10명의 연봉 총액이 45억6000만원이었던데 비해 미국야구대표팀 주전 10명의 총 연봉은 879억1700만원이나 되는 것을 빗댄 것.
야구대표팀 주전만을 놓고 봤을 때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보다 19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을 비교했을 때 그 격차는 더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2010년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 선수 중 외국인과 신인을 제외한 396명의 시즌 평균 연봉은 8687만원.
이에 비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828명의 이번 시즌 평균 연봉은 330만 달러(약 36억 7000만원)다.
평균 연봉에 있어서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한국 선수에 비해 무려 42배를 더 받고 있는 셈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소속 선수 총 연봉이 2억600만 달러(약 2290억 원)에 달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총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LG로 56억 7900만 원이다. SK(55억9700만 원), 삼성(50억465만 원), KIA(44억6800만 원), 롯데(41억500만 원), 두산(40억5200만 원), 넥센(28억4140만 원), 한화(26억5200만 원) 순.
8개 구단 연봉을 다 합쳐 봐야 344여억 원으로 양키스 한팀의 6분의 1도 안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그의 올해 연봉은 3300만 달러(약 367억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두산의 강타자 김동주로 7억원. 로드리게스가 약 52배를 더 받는다.
이쯤 되면 "미국 야구 선수들이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미국인 중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를 '전 국민의 여가놀이'라고 부를 정도. 야구는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생활 그 자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야구 선수들이 실력에 따라 얼마를 벌든 질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는 유료 관중 수에서 2007년 7950만 2524명, 2008년 7859만 1116명, 2009년 7341만 8529명을 기록했다. 경제난의 여파로 지난해 관중이 좀 줄었지만 총 수익은 63억 달러(약 7조 56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정규리그에 592만 5285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는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라에 재난이 없고 경제가 부흥해야 프로 스포츠도 커지는 법. 한국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팀 수도 지금보다 서너 배 많아지고, 관중도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선수들 연봉도 지금보다 몇 배 많아지는 '태평성대'는 언제쯤 올까.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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