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의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해결책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국가지도자들이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모인 이유도 이런 해결책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막는 또 하나의 방법은 대기 중에 햇빛을 차단하는 물질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대형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지구를 덮으면 온도가 한동안 낮아진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온도를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광범위한 지역의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온실가스가 바닷속에 녹아 유발되는 어장 파괴, 에너지 자원 고갈 등의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올 3월 18일 영국왕립학회는 향후 화산재를 인공적으로 살포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 규제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이 이런 주장을 벌인 것은 나중에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시간에 쫓길 경우 실제로 이 기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궁지에 몰리면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아예 처음부터 손발을 묶어 놓자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모든 국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매일같이 화산재를 공중에 뿌리면서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김지석 주한 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