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늘 거대한 잔치판으로 변한다. 16년 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98회 생일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가 북한 전역에서 이어진다. ‘태양절’로 불리는 김 주석의 생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온갖 축하행사가 이미 시작돼 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경축 보고대회로 절정에 이른다. 7, 8일의 ‘명절 요리축전’, 11일 시작된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13일 개막된 ‘김일성화(花) 축전’…. 이 세상 어디에도 달리 없는, 죽은 사람을 위한 거국적 생일잔치다.
▷김일성의 생일은 1962년에 처음으로 공휴일이 됐다. 북한 당국은 5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6년 뒤 이른바 ‘명절 공휴일’로 격상했다. 60회 생일인 1972년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할 데 대하여’라는 중앙인민위원회 결정을 통해 북한 최대 명절로 높였다. 김 주석 사후에도 변함없이 명절로 유지되다 1997년부터 중앙위 결정으로 태양절이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태양절을 기다렸다. 이틀을 쉬는 데다 국가와 직장에서 주는 선물이 쏠쏠했다. 보통 가구별로 육류 0.5∼1kg, 두부 1kg, 술 한 병이 배급됐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옥수수와 밀가루로 만든 과자와 사탕 1kg을 선물로 받았다. 값비싼 외제 자동차를 선물로 받기도 하는 당 간부와 고위 관리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태양절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북한이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지난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말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고 기와집에 살게 해 주겠다”던 김 주석의 유훈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산 사람 입에도 넣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나라에서는 축전이요, 전시회요 하면서 헛돈만 쓴다”는 불평이 새나온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호사스러운 불꽃놀이까지 했다. 45분 동안 ‘강성대국의 불보라’라는 제목의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10억 원 이상을 썼다. 올해는 북한 당국이 행사를 줄이는 대신 2400만 주민들에게 돼지고기 몇 점이라도 더 돌리길 기대해 보지만 역시 떠벌리기 행사가 주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