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길 고속주행에도 미끄러짐 거의 없어
제원표를 봐도 큰 감흥은 없다. 3.0L 엔진에 슈퍼차저까지 들어갔는데 최고출력이 333마력이면 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차체 무게는 1810kg이나 된다. ‘뭐 약간 빠른 세단 정도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차에 올랐다. 가죽과 알칸타라가 적절히 섞여 있는 시트는 세미 버킷형으로 몸을 단단하게 잘 잡아줘 마음에 든다. 시동을 걸자 부드러우면서 굵은 저음이 울려 퍼진다. RPM을 올리면 스포츠카다운 배기음이 터져나온다. S4에 들어간 뱅앤드올룹슨 오디오보다 오히려 더 듣기 좋다. 배기음이 조금 더 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속력 테스트에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2초(제원상 5.3초)가 나왔다. 추운 날 염화칼슘을 머금고 있는 도로에서 측정한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후륜구동이었다면 다소 미끄러운 도로에서 바퀴가 헛돌아 제대로 가속력 측정이 안 됐을 텐데 S4는 거침없이 제원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피부로 체감되는 속도보다는 실제 속도가 더 빠르다. 콰트로가 주는 안정감 때문에 밋밋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실제로는 빠르고 다이내믹한 것이다. 일부러 차를 날리며 드리프트 주행을 해봤다. 그냥 대충 카운터스티어링으로 컨트롤해도 쉽게 차체가 자세를 잡아나간다. 만만히 볼 S4가 아니다. 출력이 부족하다고 얕봤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동행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3.8’ 수동 모델과 함께 주행성능 테스트도 진행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튜닝도 해놨기 때문에 성능이 만만치 않다. 고속 직진 주행에선 S4가 조금씩 앞서 나가긴 했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슬라럼식 주행에선 크게 격차가 벌어진다. S4는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차로를 이리저리 옮겨도 미끄러짐이 거의 없었지만 후륜구동인 제네시스 쿠페는 조금씩 미끄러져서 마음 놓고 속도를 높일 수가 없었다. S4는 커브길이나 슬라럼 주행에서 40∼50마력 높은 차들과 대등하게 달릴 능력을 갖췄다.
문제는 다소 높아 보이는 가격이다. 8600만 원. 여기에 조금 더 보태면 BMW ‘M3’나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S4는 콰트로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 가격대에서 경쟁모델들과의 싸움이 쉽진 않을 듯하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