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로 더 많이 알려진 배우 성병숙이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 성우&연극배우 성병숙
“무대 인생 어느새 30년 훌쩍”
‘내가 가장…’ 엄마역 열연 중
“숨어서 하고 있어요, 하하!”
사실 성병숙은 방송 데뷔가 ‘살짜기 웃어예’라는 한국 최초의 개그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학 3학년 때 방송사 연출자였던 대학 선배의 권유로 출연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는 전유성, 김병조, 임성훈, 최미나, 강석 등이 출연하고 있었다. 이후 연기자로 자신의 진로를 정해 활동한 경력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이제 연기에 ‘도’가 좀 트셨겠다”하니 “절대 아님”이라는 강한 부정이 되돌아왔다.
“왜 선배들이 할수록 겁난다는 소리를 했는지 알겠어요. 공연 올라가기 전 열흘이 제일 힘들고 괴롭죠. 그 동안 연습한 거 다 무너지는 것 같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딱 ‘첫 공(첫 공연)’ 끝나면 살 것 같죠. 정리가 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딱 서죠.”
그래서 그 ‘첫 공’만 보러 가는 관객이 있다. 낚시로 치면 ‘잡아채는 맛’이 있기 때문. 배우들의 긴장이 관중석까지 팍팍 느껴진다. 배우들도 ‘첫공’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두 번째 공연. 누군가 꼭 실수를 한다. 이것도 배우들의 징크스라면 징크스.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성격’이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성병숙의 인생은 조용하고 평탄하지 못했다. 첫 결혼의 이른 파경, 아버지의 뇌졸증,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 12년 만에 재혼했지만 IMF로 남편 사업이 100억원의 부도를 내며 또 다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세상에 벌레가 없는 나무는 없어요. 하지만 나무가 건강하면 벌레는 문제가 안 된다고 하죠. 자기 스스로 잘 버티고 있으면 자식문제, 남편 문제, 경제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결국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