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많아진 가운데 총 293경기에 113만4133명의 관중이 입장해 인기를 이어간 프로농구.
이번 시즌 '농구 열풍'의 진원지를 꼽으라면 단연 부산 KT 농구단이었다.
그 'KT 돌풍'의 중심부에 전창진(47) 감독이 있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해 '영원한 우승후보'인 명문구단 동부의 지휘봉을 갑자기 내려놓고 KT를 맡아 맨 뒤에 있던 팀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라고 돌풍의 이유를 간단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시즌에는 선수들이 열심히 안했기 때문에 꼴찌를 했을까.
1999년부터 2008년까지 9년 동안 원주를 홈 코트로 하는 삼보와 동부에서 사령탑을 맡아 정규시즌 3회,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을 이룬 전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 덕장(德將)으로 꼽힌다.
전 감독이 이렇게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그늘'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깔려 있다.
용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명문 실업구단인 삼성전자에 입단했지만 데뷔 1년 만인 1988년 발목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끝내야 했다. 이후 삼성전자 팀 주무로 10년 간 일했다.
그를 잘 아는 농구인들은 "전 감독은 강직하면서도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도자로서 소홀하게 대하는 선수들,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니 선수들이 그의 말이라면 최선을 다해 따르게 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전 감독이 승승장구하던 동부를 떠나 갑자기 KT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999년 삼보 코치로 시작해 팀이 동부로 바뀌면서 감독을 맡아 한 팀에서만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변화가 필요했다. 또 아끼는 후배인 강동희 현 동부 감독에게 길을 터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장 신기성을 비롯해 모든 선수가 잘해줬지만 특히 몇 년 간 침체에 빠져 있다 이번시즌에 뛰어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포워드 송영진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KT는 정규리그에서 40승14패로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뒤져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는 KCC에 패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전 감독은 "어느 팀이나 그렇겠지만 항상 목표는 우승"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컵을 안아볼 각오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2위를 차지해 외국선수 드래프트 때 선수 지명에서는 후 순위로 밀리는 등 불리한 점도 있겠지만 타 구단에서 선수 몇 명을 스카우트해 전력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이 홈구장인 KT는 그동안 부산의 사직체육관에서 훈련했지만 7월에는 수원에 전용숙소와 체육관이 완공돼 더 밀도 있게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전 감독은 "5월 2일부터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돌풍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팀이 창단 후 첫 우승 신화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