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천안 유관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09-2010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 장영기.
박철우 22점-장영기 17점 맹활약
삼성에 2승3패…“대전서 끝내자”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현대캐피탈은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계속된 NH농협 2009~2010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7전4선승제)에서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레프트 장영기(17득점)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를 3-1(25-20,22-25,25-21,25-20)로 물리쳤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2연패 뒤 1승을 올리며 챔프전 전적 2승3패로 기사회생했다. 6차전은 18일 오후 2시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다.
● 에이스 보다 더 빛난 장영기
현대캐피탈의 에이스는 라이트 박철우다. 삼성화재 가빈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다. 이날도 22득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박철우 혼자 잘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레프트나 센터, 세터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날 위기 때마다 고비를 넘긴 구세주는 장영기였다.
1세트에서 5득점으로 돋보인 활약을 펼친 장영기는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도 펄펄 날았다. 하이라이트는 18-16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왔다. 세터 송병일의 볼이 조금 길게 넘어오자 장영기는 오른쪽 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살짝 밀어 넣는 재치 있는 플레이로 삼성화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4세트에서도 초반 블로킹 포함 4득점을 터뜨리며 주도권을 잡는데 앞장섰다. 4세트 초반 박철우가 발목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는 것도 장영기의 활약 덕분이다.
장영기는 공격성공률 76.19%로 양 팀 통틀어 최고의 정확성을 보였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장영기 덕분에 팀 분위기가 상승세를 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영기는 신장은 작은 편(188cm)이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공격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어깨 인대파열로 수술을 받은 뒤 공익 근무를 거친 그는 3년간 코트를 떠나있었다.
장영기는 “당시 배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후회 없이 열심히 한 뒤 그만두더라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 가빈의 범실과 센터진의 부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3세트.
1,2세트를 나란히 나눠 가진 양 팀은 3세트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초반 삼성화재가 8-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무려 7점을 연속으로 헌납했다. 남자배구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연속 실점이다.
특히 가빈이 3차례 연속 실수한 것이 뼈아팠다. 집중력이 떨어졌고, 타점도 높지 않았다. 가빈은 이날 35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를 기록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아울러 고희진 조승목 등 센터진의 부진도 삼성화재의 패인이었다. 속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블로킹도 거의 없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센터진에서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 상대 센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센터진이 무너지다보니 세터나 라이트도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