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증여’ 신고하면 주가 올라도 증여세 안 늘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임모 씨(31)는 세무서로부터 주식 취득 금액에 대한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2008년 임 씨의 아버지가 임 씨 명의로 주식 3억 원어치를 매입한 것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주식의 현재 평가액은 5억 원 정도. 당시 대학원생이던 임 씨로서는 주식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임 씨의 명의를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소명할 수밖에 없었다. 임 씨에게 증여세가 부과될까. 증여 금액은 취득 당시 3억 원일까, 아니면 현재 평가액인 5억 원으로 봐야 할까.
세법에는 주식의 실질 소유자가 자기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해 명의를 바꾸면 그 시점에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추징하도록 돼 있다. 만일 주식 명의개서를 하지 않으면 소유권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의 다음 날 증여한 것으로 본다. 법률상 명의개서는 주식 발행 법인의 주주명부에 등재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장 주식은 대부분 예탁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따라서 자녀들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 주식은 자녀들의 명의가 아닌 한국예탁결제원의 명의로 돼 있다. 이럴 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을까. 판례에서는 자녀들의 이름이 증권사의 고객 계좌부나 한국예탁결제원의 예탁 계좌부에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법률상 명의개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증여세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은 일반적으로 매년 12월 31일 주주명부를 폐쇄하는데 주주명부 폐쇄일에 예탁결제원이 증권사의 고객 계좌부에 기록된 주주들의 명단을 발행회사에 통지하도록 돼 있다. 주식 발행회사는 이 명단을 통해 실질 주주명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때 비로소 법적인 명의개서가 이뤄진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자녀들 명의로 상장주식을 거래한다면 연중에 거래되는 주식은 현재 해석상으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지만 연말까지 자녀의 계좌로 상장주식을 보유하면 명의개서가 된 것으로 봐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소액주주들의 거래를 일일이 조사해 증여세를 추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에서는 급격한 재산 증가가 있었다면 자금 출처 조사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투자할 때는 미리미리 증여세 신고를 해두는 것이 안전하게 절세하는 방법이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장·세무사
정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