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순간, 천재를 헷갈리게 하는 것들
마이클 모부신·김정주 옮김/248면·1만3800원·청림출판
인간은 늘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똑똑한 사람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까. 저자의 답은 “아니요”다. 지능지수와 합리적 의사결정은 관계가 없으며 중요한 점은 선택의 순간에 생길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인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난감한 일이었다. 우리는 보통 상점에서 상인이 부르는 가격을 기준 삼아 흥정을 한다. 상인이 제시하는 가격에서 절반이나 20∼30%를 깎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상인이 부르는 가격을 무시하면 도대체 어떻게 흥정하라는 말인가. 중국 상인들은 바로 한국 사람들의 그런 흥정 관행을 역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흥정을 할 자신이 없다면 중국에서 물건을 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처음 부르는 가격에 대한 선입견이 제 가격을 판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준점 설정 효과는 정치나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애매한 상황에서 처음 제안을 하는 쪽이 강한 기준점을 설정함으로써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기준점 설정에 대항하려면 전체 범위를 밝히고 인식해야 한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상하이에 가서 흥정을 하거나 보드카가 어는 온도를 맞히는 실험을 할 때 과연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보통 똑똑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 쓰는 지능지수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는 지적 유연성, 자기 성찰, 적절한 유추능력에서 비롯되는데 지능검사는 이런 요소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싫든 좋든 진학할 때, 직장을 구할 때,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충분한 정보와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실수를 피하는 요령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한 번 읽어 내려가면서 여러 사례를 모두 이해하고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면 좋을 내용도 있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면 유사한 사례를 찾기가 더 쉬울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도 그렇다. 결정해야 할 시기를 늦추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생각하는 방법이 문제다.
▼극적 변화 이끌어낸 ‘살아있는 법칙’ 소개▼
스위치/칩 히스, 댄 히스 지음·안진환 옮김/392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1990년 국제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의 한 직원은 베트남에 가서 6개월 만에 베트남 어린이 전체 65%의 영양상태를 개선시켰다. 이 직원은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을 내놓는 대신 영양상태가 괜찮은 편인 일부 베트남 어린이의 엄마들이 어떤 식자재를 쓰는지를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마을의 엄마들을 모아 ‘고구마 잎으로 요리하기’ 등을 직접 가르쳤다.
이 밖에 저자들은 ‘왜 어떤 이들은 살이 더 많이 빠지는지’ ‘어떻게 소규모 유통회사가 15년 만에 거대 유통업체로 바뀌었는지’ 등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놀라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칙들을 소개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식어버린 팝콘같은 눅눅한 ‘경제 이야기’▼
팝콘과 아이패드/리처드 맥켄지 지음·윤미나 옮김/408쪽·1만3000원·비즈니스맵
9번째 장에서 기술한 ‘9로 끝나는 가격의 수수께끼’는 수수께끼가 아니다. 뒷자리 숫자를 유심히 살피지 않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19.99달러’식으로 가격을 붙인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7장에서 언급한 ‘프린터보다 카트리지가 비싼 이유’ 역시 프린터 사용이 줄고 있는 2010년에는 별로 거론되지도 않는, 오래전에 언론에서 지적했던 이야기다.
저자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폴 머라지 비즈니스스쿨에서 ‘기업과 사회’를 가르치는 교수. 원제는 ‘Why Popcorn Costs So Much at the Movies?’다. 2008년 출간됐던 책으로 한국어판 제목의 ‘아이패드’는 본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