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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민정부와 軍의 안보태세 전면 재점검하라

입력 | 2010-04-17 03:00:00


천안함 사태는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웠다. 국가의 최상위 목표는 안보(安保)라는 사실을 청천벽력처럼 깨닫게 했다. 우리 헌법이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대통령의 책무로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천안함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은 어제 “선체 내외부에 대한 육안 검사 결과 외부 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어떤 ‘외부’가 폭발을 자행했는가.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위협은 북의 선군(先軍)집단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군사체제인 ‘북조선인민공화국’은 6·25 남침 때의 적화통일 욕심을 지금껏 버린 적이 없다. 그 야욕을 위해 선군주의와 ‘강성대국 완성’(2012년)을 최고정책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스스로 천명하면서 핵개발까지 강행하고 있다.

左派정권 때의 안보 해이에 핑계 댈 수 없다

천안함이 무참히 침몰하고 만 것은 해상 안보태세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군의 첫 대응인 서해 해·공군의 ‘대잠(對潛)경계태세 A급’과 ‘서풍-1’은 침몰 18분 뒤인 3월 26일 오후 9시 40분에 발령됐다. 그로부터 1시간 15분 뒤인 10시 55분 속초함이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를 레이더로 포착해 5분간 쫓아가며 76mm 함포를 쏘았다. 군이 새떼라고 밝힌 그 물체가 만일 북의 천안함 공격체였다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도주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우리 측이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합동작전의 지휘라인 역시 신속하게 작동되지 않았다. 작전 총책임자인 합참의장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방부 장관이 현장 상황보고를 대통령보다 늦게 받았다. 합참의장이 사건 발생 50분 뒤에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함정 침몰이 아니라 유사시 상황이었다면 어쩔 뻔했는지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틀간 네 차례 회의를 거듭했지만 군 최고통수권자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대(對)국민담화는 없었다. 이 대통령은 대응 원칙을 여러 번 밝혔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한 형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용어가 사태의 엄중함을 충분히 반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북의 도발 가능성이 있음에도 ‘재난’이란 용어를 골랐다면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은 주적(主敵) 개념을 정치화하는 등 군과 국민의 안보태세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2002년 2차 연평해전 당시 대북(對北) 감청부대장을 지낸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북의 도발 16일 전과 이틀 전 구체적인 포(砲) 이름과 ‘발포’ 용어가 언급된 특이징후(통신감청내용)가 있었음을 보고했으나 위에서 묵살했다”고 밝혔다. 군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확전 금지’ 교전수칙에 손발이 묶이다시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보고도 안보장관회의조차 즉각 열지 않았고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적극적 대응을 호들갑으로 여기는 태도였다.

그러나 안보태세가 과거 정부 때 크게 망가졌다고 해서 출범 3년째인 현 정부의 면책사유가 될 수는 없다. 안보체계를 신속히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청와대 참모들의 안보의식과 외교안보 라인 편성에 문제가 없는지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실제상황에 약한 ‘종이호랑이’ 아닌지 따져보자

우리 해군은 대양(大洋)해군 등의 용어를 쓰며 이지스함 같은 대형 군함 위주의 외화(外華)에 치우쳤다. 그러는 사이에 게릴라전 형태의 잠수 공격에는 느슨해졌다. 북은 큰 함정을 만들 능력과 돈이 없기 때문에 잠수함 잠수정 어뢰 등의 기습으로 남한 함정을 격파시키는 전략에 집중했다. 우리 군은 수중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던 점을 맹성(猛省)해야 한다. 차제에 대한민국 문민정부와 군이 실제 상황에 약한 ‘종이호랑이’가 아닌지 총체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환기했고 2012년 4월 17일, 정확히 2년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을 재검토해야 함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전작권이 우리 쪽에 넘어오면 한미 해군의 협조 또한 어려워진다. 정부와 군이 참으로 진지하고 겸허하게 군사안보 태세와 역량의 허점을 점검하고 구체적 보완 행동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