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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에 사는 사람들]스리랑카댁도 방글라데시댁도 “IT 배워 한국과 소통할래요”

입력 | 2010-04-17 03:00:00

■ KT의 다문화 여성 ‘아이폰-트위터’ 수업 현장




다문화 교사들이 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KT의 IT 서포터스 자원봉사단원(오른쪽)으로부터 ‘아이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조은아 기자

“우리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모르면 ‘왕따’가 될 겁니다.”

스리랑카 출신의 페라라 헬레세게 이레샤 딜라니 씨(35)는 유난히 ‘왕따’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안 그래도 이방인 대접을 받는데 새로운 기술과 기기를 모르면 더 소외될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엠디 에나물 하크(한국명 문진수·43) 씨는 “취업에 필요한 정보기술(IT) 교육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취업이 너무 어렵다”며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는데도 여전히 외국인으로 대하니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페라라 씨와 엠디 씨는 다문화 가정에 IT와 한국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필리핀, 몽골, 태국 출신의 다문화 교사 10여 명은 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의 한 강의실에서 아이폰 사용법 강의를 들었다. KT 자원봉사단인 IT 서포터스가 수업을 진행했다.

강사가 “‘트위터’라는 것을 처음 들어 보셨나요”라고 묻자 대부분의 교사들은 “네”라고 외쳤다. “아이폰은 휴대전화인가”란 질문에는 “맞다” “아니다”라는 답이 섞여 나왔다.

이날 아이폰 강의는 다문화 교사들이 KT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교사들이 아이폰에 친숙해지려는 것은 인터넷이 보편화된 한국에서 살면서 인터넷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혜련 결혼이민자여성평등찾기 대표는 “결혼이민자들은 취업할 때 인터넷을 활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자녀들 공부를 도와줄 때도 인터넷이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IT 교육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엠디 씨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 가정끼리 네이트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식과 고민을 주고받으면서 의지할 때가 많다”며 “메신저로 외국에 있는 친지들과 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IT 문화의 첨병이 되고 있으니 무선인터넷 관련 지식도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은 스마트폰 등 IT가 한국 사회와 다문화 가정을 이어주는 ‘세련된 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다루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한국 사회에 쉽고 빠르게 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국 출신의 우싸운뎅 씨는 “‘뚜벅이용 내비게이션’과 ‘버스 시간 안내 프로그램’ 등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은 한국어에 서툴러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