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 ‘중2’는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다. 1 학년 후배들로부터는 “선배 ‘티’를 내려고 권위적으로 군다”는 비야냥을 듣고 3학년 선배들로부턴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선배를 만만하게 본다”는 미움을 사기 일쑤다. 선생님들로부터는 공부엔 관심도 없고 겉멋만 바짝 든 ‘주변인’ 취급도 당한다. 교복을 줄여 입고(이를 학생들은 교복을 ‘튜닝한다’고 한다) 연예인 같은 화장을 시도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중2. 하지만 중2들은 억울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중1에서 ‘해방’된 중2들은 고입과 내신 성적에만 목숨을 거는 중3이 되기 전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존재랄까.》
이런 이유에서 중2가 되면 주위로부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확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교사들은 ‘아이’(중1)를 벗어나 ‘어른’(중3) 직전에 있는 중2들이 보이는 달라진 모습들을 ‘중2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2 증후군을 겪는 학생들은 어떤 행동을 하기에 이토록 미움을 받는 것일까? 중2 증후군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중2 증후군을, 집중 조명해본다.
후배의 등장
“1학년 때는 점심시간에 학교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선배언니들이 제 초록색 명찰(1학년용)을 보고 대뜸 새치기를 했어요. 지금은 흰색 명찰을 단 1학년들이 줄을 서 있으면 제가 일부러 초록색 명찰을 내보이면서 조용히 새치기를 해요. 밥을 먹고 나서 물을 마실 때도 1학년들이 ‘언니 먼저 드세요’하고 비켜주기도 해요. 밥을 빨리 먹게 되니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피구를 할 시간이 생겼어요.”
권 양과 달리 ‘중2’라는 신분을 ‘책임’으로 생각하는 중2들도 있다. 김모 군(14·경기 수원시)이 그런 경우. 김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중1 후배를 직접 찾아가서 “중학생활에 대해 궁금한 게 없냐”고 물었다. 김 군은 “후배가 중학교 특별활동에 대해 물어봐서 나와 함께 RCY 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1학년 후배가 생기니까 왠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선생님께 인사할 때도 고개를 더 숙이게 된다”고 했다.
지금의 중2는 1년 전 지금의 3학년 눈치를 보며 학교생활을 했다. 그런데 중2가 되면서 “나도 이제 선배다”라는 생각에 3학년 선배들을 ‘만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모 군(14·경기 용인시)은 “중3들이 지나갈 때 중2 애들 중 일부는 갑자기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가기도 해요. 중1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중3 한모 군(15·경기 화성시)은 “2학년 되면 후배가 들어와서 왠지 어른이 된 느낌이죠. 게다가 3학년은 공부한다고 조용하고요. 마치 자기들이 학교의 주인처럼 행동하죠. 1학년 때 2학년들 눈치보고 억눌려 지내야 했는데 후배가 생기니까 보상심리 같은 게 생겨서 그럴 수도 있어요. 3학년한테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학기 초에 축구 경기 제의 같은 것도 해 와요. 근데 그게 다 중2 때만 그래요”라고 말했다.
반 성적이 5등 안인 중2 최모 양(14·경기 김포시)은 2학년이 되면서 키가 8cm나 자랐다. 옷태가 나기 시작한 최 양은 부쩍 외모에 자신감도 생겼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요즘은 ‘브아걸’(‘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줄임말)의 멤버 ‘가인’처럼 눈화장을 해요. 눈 밑에 검은 칠을 살짝 하면 마치 다크 서클처럼 보여서 선생님한테 안 걸려요. 입술에 빨간색 틴트도 바르고요. 학생부 선생님은 월요일 날만 주로 교문지도를 하시고 수요일 수학 선생님만 조심하면 절대 걸릴 염려가 없어요.”
중2는 1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선생님에 대한 ‘정보력’을 갖고 있다. 어떤 선생님의 수업시간엔 자더라도 안전한지, 어떤 선생님은 착해서 학생들이 떠들어도 때리지 않고 말로 주의만 주는지 꿰고 있다.
경기 한 중학교 2학년 학년부장 박모 교사(39·경기 수원시)는 “수업 시간에 중2가 가장 산만하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3 때 고입을 앞두고 산만한 모습이 사라진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