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신사업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설비투자와 사업권 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파고들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업가라면 망은 빌려 써도 된다. 이런 사업가에게 기간통신회사가 망을 의무적으로 도매로 빌려주도록 하는 제도가 MVNO로, 1997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등장했다. 현재 유럽과 북미시장의 5∼10%를 차지하고 있다. ‘펀(fun) 경영’으로 유명한 ‘괴짜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영국 버진그룹의 버진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통신서비스의 융합 추세에 맞춰 국내 통신시장 진입규제를 더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3개 통신그룹의 인수합병(M&A) 결과로 이들을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비(非)통신사업자들은 거대 통신기업에 단말기나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먹고살았다. 미국의 애플이 이런 구조를 깼다. 누구라도 애플처럼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서비스로 글로벌 고객을 찾아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적인 사업가가 더 나올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