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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통신시장 진입장벽

입력 | 2010-04-20 03:00:00


국내 이동통신 회사는 몇 개인가. 정답은 3개.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말만 무성하던 제4사업자가 나올 조짐을 보인다. 앞으로는 3개사처럼 기지국 등 자체 망(網)을 갖춘 기간사업자가 아니어도 된다. 2월 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가상이동통신망운영사업자(MVNO)나 와이브로(무선휴대인터넷) 주파수를 할당받는 사업자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누구라도 주파수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식의 자격만 갖추면 제4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신사업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설비투자와 사업권 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파고들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업가라면 망은 빌려 써도 된다. 이런 사업가에게 기간통신회사가 망을 의무적으로 도매로 빌려주도록 하는 제도가 MVNO로, 1997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등장했다. 현재 유럽과 북미시장의 5∼10%를 차지하고 있다. ‘펀(fun) 경영’으로 유명한 ‘괴짜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영국 버진그룹의 버진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통신서비스의 융합 추세에 맞춰 국내 통신시장 진입규제를 더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3개 통신그룹의 인수합병(M&A) 결과로 이들을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비(非)통신사업자들은 거대 통신기업에 단말기나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먹고살았다. 미국의 애플이 이런 구조를 깼다. 누구라도 애플처럼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서비스로 글로벌 고객을 찾아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적인 사업가가 더 나올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유무선 통합과 방송통신 융합에 맞춘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현재는 이동통신의 경우 선발기업 SK텔레콤에 더 무거운 규제를 해 KT와 LG텔레콤이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유효경쟁 정책’이다. 앞으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3사를 모두 선발사업자로 보아 엇비슷한 정도의 규제를 하고 대신 후발사업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새 정책도 후발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