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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道聽而塗說이면 德之棄也니라

입력 | 2010-04-20 03:00:00


앞사람의 훌륭한 말씀과 행실을 그저 길에서 건성으로 듣고 길에서 건성으로 떠들어 버려 상식을 자랑할 뿐 그 지식을 나의 것으로 삼지 않는 일을 道聽塗說(도청도설)이라 한다. 塗는 途와 같다. ‘논어’ ‘陽貨’ 제14장에서 공자는 도청도설은 德을 버리는 것이 된다고 했다. 德은 본래 得으로, 몸과 마음에 體得(체득)함을 말한다. 棄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廢棄(폐기)함이다. 道聽塗說은 ‘述而’편에서 공자가 말한 ‘默而識之(묵이지지)’와 반대된다. ‘默而識之’를 줄여서 默識(묵지)라 한다. 공부한 내용을 묵묵하게 마음에 새겨두는 일을 말한다.

默識는 덕을 쌓는 일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상식과 학식을 쌓는 일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조선후기의 최한기는 평생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고작 풍속이나 물산에 관한 지식이나 道聽塗說을 얻는 데 불과하므로 遠近의 書籍을 모아 전 세계의 典禮(전례)와 沿革(연혁)을 閱覽(열람)하고 전 세계의 賢人 및 達士와 酬酌(수작)한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는 “멀리까지 이르는 것은 발로 걷는 데 달려 있지 않다”고 했다.

확실히 답사나 여행은 각지의 인물과 풍토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데 유익하지만 더욱 의미 있으려면 지식을 함께 쌓아가야 한다. 사마천은 젊은 시절에 부친의 권유로 많은 여행을 했는데 이미 필요한 지식을 쌓아 두었으므로 각지의 전설과 문헌을 충분히 수집해서 훗날 ‘사기’를 저술하는 기초를 마련했다. 박지원은 랴오둥과 베이징을 여행하기 전에 중국의 풍물과 학술에 대해 상당히 공부를 많이 해 두었으므로 여행 때 얻은 감상과 사색의 결과를 ‘열하일기’로 남길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을 여가활동으로서 중시하지만 여행 끝에 얻는 것은 무엇인가, 道聽塗說에 불과하지 않은가. 최한기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