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신인 등용문 ‘젊은 모색’ 30돌 기획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가 구본창 씨의 ‘태초에 6’. 화가 오원배 씨의 ‘무제’. 제2회 ‘젊은 모색’전에 참여한 고영훈 씨의 ‘이것은 돌입니다 7411’.
이는 바로 ‘젊은 모색’전이다. 198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 시절 ‘청년작가’전으로 출발해 1990년 이름을 바꾸었고 격년제로 15회가 열렸다. 요즘처럼 신진 작가 공모가 흔치 않았던 시절, 파격적이고 도발적 열정으로 충만했던 젊은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젊은 모색’전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역대 전시의 참여 작가 중 고영훈 구본창 문범 육근병 이기봉 씨 등은 회화 사진 설치 등 분야에서 중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호석 노상균 이영배 정현 서용선 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서도호 이불 최정화 이형구 씨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작품을 선보였다. ‘젊은 모색’의 눈이 그만큼 엄정했음을 알 수 있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6월 6일까지 1, 7전시실에서 그 성과와 의미를 반추하는 대형 기획전 ‘젊은 모색 三十’전을 마련했다. 제1회에 참여한 예순셋 김용익 씨부터 스물아홉 진기종 씨까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43명의 200여 점을 만나는 전시다. 3500∼5000원. 02-2188-6000.
청년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적극 수용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련한 ‘젊은 모색 三十’전에서는 서도호 씨의 ‘Some/One’(사진)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 전시는 화가 고영훈 씨의 ‘이것은 돌입니다’에서 시작된다. 그가 내놓은 세 작품을 통해 거대한 돌덩이가 작은 돌로 압축되는 작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어 소파의 부분 이미지를 확대 표현한 지석철 씨의 그림과 김창영 김강용 씨의 극사실적 이미지가 이어진다.
1989년 전시에 참여한 오상길 씨는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민중미술과 미니멀리즘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내 작업은 이쪽인가, 저쪽인가 줄을 서기보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설치작품으로는 ‘십이지신상’을 소재로 한 육근병 씨의 신작, 8개의 관을 배열한 윤영석 씨의 ‘유토피아의 관’이 눈길을 끈다.
김용익 씨는 평생 엇비슷한 작품을 발표하는 화단의 브랜드화 현상에 대한 거부감을 담은 소포와 천 설치작품을 다시 보여준다. 노상균 씨의 나무둥치 그림에선 시퀀을 집적한 요즘 작업의 씨앗이 엿보인다. 이기봉 씨는 천장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는 책과 책상을 설치작품으로 선보였다. 한국화의 도전과 실험도 주목된다. 아파트 등 변화하는 주변 현실을 한국화에 담아낸 김호석 씨, 한국화의 정신적 기운을 아크릴로 표현한 강경구 씨의 작품 등이 나왔다.
○ 젊은 그들
30년의 시공간을 차지게 비벼낸 ‘젊은 모색 三十’전. 어제의 회고가 아니라 내일을 향해 열린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젊은 모색의 역사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겹친다”며 “당시 출품작을 비롯해 작가의 대표작과 신작을 선보인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과거의 기억이자 현재 모습의 반영이며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거울과도 같다”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