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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봄날 꽃처럼 흐드러진 ‘현의 노래’

입력 | 2010-04-20 03:00:00

정민아 ‘가야금 콘서트’
가야금 연주 ★★★★☆ 노래 ★★★무대 토크 ★★★




16,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정민아 씨는 서구 현악기에서 영향 받은 화성적 표현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가야금의 고유한 특색을 살린 연주를 선보였다.사진 제공 뮤직앤아트컴퍼니

‘봄날은 간다’(1953년,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는 수많은 대중가수가 탐낸 ‘불후의 명곡’이다. 이 노래를 불렀던 백설희의 계보를 이을 만한 사람이라면 조용필 장사익 한영애 씨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한 사람을 추가하겠다.

정민아 씨는 직업가수가 아닌 가야금 연주가다. 무대에서 악기만 연주하기도 하지만 노래도 부른다. 정 씨의 가야금은 기존의 12현 가야금이 아닌 25현 가야금이다. 이 악기를 가지고 ‘21세기형 가야금병창’을 하는 그는 스스로를 가야그머(Gayagumer)라 부른다.

그에게 ‘봄날은 간다’란 노래는 트로트인지, 블루스인지 장르 구분 자체가 애초부터 무의미해 보였다. 그저 정민아라는 사람과 가야금이란 악기가 만나서 자유스럽게 풀어내면 그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결과 분명 다른 가수, 다른 악기는 표현해 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살아 있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은 ‘봄날의 간다’의 가사이면서 이번 ‘모던가야금 정민아 첫 번째 소극장 콘서트’(16, 17일·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의 부제다. 공연은 ‘봄날은 간다’의 연주로 시작해서 ‘봄날은 간다’의 노래로 끝나는 수미상관의 공연이다. 그 사이를 자신의 1집 음반 ‘상사몽’과 2집 ‘잔상’의 곡들로 채워 나갔다.

정민아 가야금의 미덕은 ‘비움’이다. 요즘의 25현 가야금 연주를 들으면 마치 피아노나 기타, 하프를 닮으려는 듯 화성으로 빽빽이 채우려 하는 경우가 많다. 가야금 특유의 농현(弄絃)은 줄어들거나 없어져 간다. 정민아는 아니다. 화성적인 표현을 많이 덜어 냈다. 비운 그곳에 가야금적인 기교를 살린다.

그의 비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 씨는 담담하게 말한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여러 오디션에서 수차례 낙방했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비우고 홍대클럽을 선택했다고 한다. 정 씨에게 홍대클럽은 블루오션이었고, 세월이 흘러 자신의 표현대로 예술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제 그를 국립국악원에서 만나고 싶다. 이유는? 현재 가야금의 대세는 25현 가야금이다. 그러나 정 씨는 25현 가야금을 다루면서 12현 가야금의 기교도 지극히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윤중강 국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