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핀 포인트]가빈이 현대캐피탈 못간 이유

입력 | 2010-04-21 03:00:00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남자부 통산 네 번째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특급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24·캐나다)다. 올 시즌 삼성화재는 ‘가빈의 팀’이었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19일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도 가빈은 50점을 쏟아 부으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하지만 가빈은 3년 전 삼성화재의 최대 라이벌 현대캐피탈 선수가 될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우승컵은 삼성화재가 아니라 현대캐피탈의 차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3년 전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가빈을 불러 한동안 테스트를 했다. 가빈이 농구선수에서 배구선수로 전향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다. 결과는 불합격. 김 감독은 “높이와 공격력은 당시에도 훌륭했다. 하지만 리시브 등 기본적인 기량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대캐피탈에는 박철우라는 걸출한 라이트가 버티고 있어 가빈과 포지션이 겹쳤다. 김 감독은 가빈에게 “만약 우리 팀 라이트가 비면 널 부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가빈은 프랑스리그를 거치며 기량이 급상승했고 삼성화재의 눈도장을 받게 됐다. 올 시즌에 앞서 가빈이 뛰던 멕시코로 날아간 신 감독은 그 자리에서 당장 가빈과 계약했다. “키가 크고 공격이 좋은 가빈이야말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게 이유였다. 신 감독은 “난 특급선수는 뽑지 않는다. 세계적인 배구 스타들은 몸을 사리느라 팀플레이가 필요한 우리 팀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가빈처럼 실력이 늘고 있고 배구에 대해 갈증이 있는 선수가 꼭 필요했다”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