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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고향稅

입력 | 2010-04-21 03:00:00


2006년 10월 일본 후쿠이 현의 니시카와 잇세이 지사가 ‘고향 기부금에 대한 공제’를 주창(主唱)하고 나섰다. 그 전에도 일부 정치인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고향에 세금을 내자”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니시카와 지사의 호소를 계기로 고향세(故鄕稅)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역 간 심각한 세수(稅收)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찬성론과 “주민세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론이 맞선 끝에 2008년 4월 고향세가 도입됐다.

▷일본의 고향세는 출신지역 등 원하는 지방을 지정해 기부금을 내면 그만큼의 금액을 거주지 자치단체에 내는 다음 해 주민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광역 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懸)이나 기초 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에 낼 수 있는 고향세 납부액은 1인당 5000엔(약 6만 원) 이상이며 상한(上限)은 주민세의 약 10%다. 기후 현의 경우 2008년 현에 들어온 기부금은 477만 엔인 반면, 각 시정촌에 기탁된 고향세 총액은 64배인 3억700만 엔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보다는 강릉시나 고성군에 기부하는 것을 더 선호했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시군구(市郡區)에 내는 주민세의 최대 30%를 출생지 등 5년 이상 거주한 지역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세 신설을 추진한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연봉이 6600만 원인 직장인은 1년 치 주민세 40만 원 중 최고 12만 원을 고향에 낼 수 있게 된다. 납부액만큼 거주지 주민세에서 공제되므로 1인당 세금 총액은 동일하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재정 형편이 좋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주민세 세수는 줄어들지만 영남 호남 강원 제주 충청 등 세수가 적은 지자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고향세는 지자체 간 갈등과 과열 유치 경쟁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과 기타 지역 간 재정 자립도 차이는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너무 크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인구 감소와 지방경제 위축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전체 세금을 늘리지 않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고향세는 ‘따뜻한 세금’이 될 수 있다. 출향(出鄕) 인사들이 고향에 세금을 내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다른 지역을 미워하는 부정적 지역감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