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25일 만인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오찬 회동을 가졌지만 국민을 안심시킬 발표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청와대는 전복볶음, 능성어찜 같은 점심 메뉴는 상세하게 공개하면서도 여야 3당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한 발언 소개는 각 당에 맡겼다. 심하게 말하면 이 대통령과 3당 대표가 전복과 능성어 요리를 먹으면서 각자 하고 싶은 발언만 하고 헤어진 셈이다. 초계함이 침몰하고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중대한 안보 위기에 정치권의 대응은 너무 실망스럽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안보문제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19일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 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희생자 46명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려 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어제 청와대 회동 모습은 딴판이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초당적 대응을 당부했다고 밝혔지만 여야 대표의 강조점은 달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원인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강조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북한의 도발로 드러날 경우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회동이 각 당 대표의 의견 발표 수준으로 끝나고 말았으니 안 만나는 것만도 못하게 됐다. 국정에 대한 책임이 누구보다 큰 대통령과 여야 대표인 만큼 천안함 사태의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도발자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어야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민주평통 북미주 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의 김일성 생일 축하 불꽃놀이와 관련해 “나는 북한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난을 맞은 우리 정치권도 또 다른 차원에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