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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차관 사칭해 군납업체서 28억 가로채

입력 | 2010-04-21 10:11:07

국방부 청사 부근에 '가짜 공기업'까지 운영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군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총 28억 원을 받아 가로챈 군납사기단 일당 허모 씨(53)와 윤모 씨(46) 등 2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자금책 오모 씨(43)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 등은 2008년 2곳의 유령 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산하의 독점 군납 공기업'이라고 속여 군납을 원하는 건설, 식품, 인쇄 등 총 28개 업체 대표에게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수입쇠고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49)는 "군과 수입쇠고기 납품 계약을 맺자"는 이들의 제안에 2월 말부터 총 4억8500만 원을 건넸지만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방모 씨(57·여) 역시 경기 평택에서 군부대 식당운영권을 주겠다는 말에 1억7000만 원을 건넸지만 식당 운영권은 따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 청사 바로 앞에 유령회사 사무실을 얻은 뒤 '국방부 제2차관 내정자'나 지난해 12월 신설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함을 사칭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허 씨 등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이 사업이 사기라면 어떻게 국방부 옆에 사무실을 차릴 수 있겠느냐"고 말해 왔다.

또 나중에 국방부 7급 특채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직원 164명을 뽑아 근무시켜 사무실을 찾아온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들 유령회사 직원 중에는 S대와 K대 등 명문대 출신자와 전직 공무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7개월 동안 50~200만 원의 월급을 딱 한 번 받았지만 '공무원 특채'라는 미끼 때문에 계속 근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사기단은 군의 수사권이 일반인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군 사칭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방부 로고가 새겨진 가짜 문서까지 만들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 짧은 기간에 피해 액수가 컸다"고 말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