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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취업뚫기]CJ제일제당 신입사원 오인영 씨

입력 | 2010-04-22 03:00:00

“학사일정까지 조정… 열정으로 녹였죠”

美대학 유학 도중에 귀국해 인턴시험 응시
‘스팸 싱글’ 활성화 프로젝트서 수완 발휘
회사측 “열정 유감없이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




《대기업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의 틀을 벗어나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 공채 대신 인턴십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실무형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실제 능력을 보고 뽑겠다는 것이다. 구직자들도 지원서용 ‘스펙’을 늘리기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시점이다. 여기 인턴십을 통과해 꿈의 직장에 안착한 각 기업의 신입사원들이 있다. 그들의 도전기를 소개한다.》

 사진=이훈구 기자

CJ제일제당 신입사원 오인영 씨(24·사진)의 첫인상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다. 오 씨는 지난해 CJ그룹 인턴십을 거쳐 올 3월 정식 발령을 받았다. 첫 직장에 대한 설렘과 의욕으로 충만할 시기. 그래서인지 오 씨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쟤 일 좀 더 시켜라. 웃고 다니는 걸 보니 여유가 많은가 보다’ 주위에서 선배들이 하시는 말씀이에요. 제가 좀 긍정적인 편이죠.”

CJ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팀에서 최고로 꼽는 인턴의 모델케이스”라고 오 씨를 소개했다. “회사에서는 인턴에게 열정을 기대하는데 그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 준 사례”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만큼 오 씨의 열정은 특별했다.

○ 미국에서 달려와 인턴시험 응시

중학생 때부터 미국 유학생활을 한 오 씨는 위스콘신주립대 3학년이던 지난해 봄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왔다. CJ그룹의 인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4학년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 채용이었지만 인터넷에서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서부터 냈다. 그리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3학년 2학기인데, 앞으로 한 학기 만에 졸업하겠다. 그러니 지원 기회를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회사는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

그는 모든 학사 일정을 인턴시험에 맞췄다. 5월까지 서울로 들어오기 위해 담당 교수들과 상의 후 기말고사를 모두 앞당겨 학기를 마쳤다. 회사에도 “시험 보러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넣었다. 회사 측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의욕’이었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오 씨는 “소비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식품 쪽에서 마케팅을 맡고 싶었고, 오랜 미국 생활을 접을 만큼 가치가 있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오 씨는 시험을 통과하고 6월부터 8주간의 인턴십을 시작했다.

○ 열정과 능력 보여 준 프로젝트

오 씨는 CJ제일제당의 편의식 조리육 브랜드 관리팀에 배치됐다. 그에게 떨어진 첫 프로젝트는 지난해 나온 ‘스팸 싱글’의 활성화 방안. 오 씨는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광고도 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이었다. 우선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자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지를 만들어 신촌 대학가로 향했다. 설문조사를 위해 작은 선물이 필요했는데 오 씨는 여기서도 수완을 발휘했다. “신촌 근처 미용실에 아는 원장님이 계셨는데 그분에게 부탁해 미용실 로고가 박힌 손거울을 기념품으로 돌렸어요. 미용실은 홍보를 해서 좋고, 저는 설문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설득했죠.” 오 씨는 3일 동안 신촌 일대 카페 등지를 돌며 250명에게 설문조사를 받아냈다.

조사 결과 1인용으로 간편하게 출시한 제품을 소비자들은 샌드위치용 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오 씨는 소비자가 제품 활용법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패키지에서 복잡한 영어 문구를 빼고 조리법 등을 알기 쉽게 제시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실제 신입사원과 같은 일을 하며 8주간의 인턴과정을 마친 오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 남은 4학년 과정을 약속대로 한 학기 만에 마쳤다.

○ 브랜드매니저로서 사회생활 첫발

오 씨는 현재 인턴십을 거쳤던 부서에 발령받아 3월부터 ‘스팸’의 어시스턴트 브랜드매니저(ABM)로 근무하고 있다. 맡은 일 역시 ‘스팸 싱글’의 활성화 방안이다. 오 씨는 “인턴 때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일을 현재는 실제로 담당하고 있다”며 “당장 5월부터 직접 기획한 행사 제품이 마트에 깔린다”고 즐거워했다.

오 씨에게 인턴 과정이 어떤 의미였는지 물어봤다. 그는 “회사에서도 필요한 인재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지원자들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하고 싶은 일인 만큼 인턴과정 동안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아침에 ‘햇반’으로 시작해 CJ제일제당과 함께한다는 식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회사가 지원자에게서 원하는 것은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으니 뽑아가라’는 열정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CJ인턴십 올해 200명 선발… 8주 과정뒤 9월 합격자 발표 ▼

CJ그룹은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을 매년 상반기에 한 차례 실시한다. 지난해는 100여 명의 인턴을 선발해 8주 인턴십 종료 후 최종 80여 명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했다. 올해는 200명의 인턴을 선발할 계획이고 앞으로 인턴십 입사자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CJ 인턴십’ 대상은 4년제 대학(원) 2월 졸업예정자 또는 이미 졸업한 사람이다. 인턴 과정은 여름방학 기간인 6월부터 8월까지 8주간 진행된다. CJ는 ‘멘터와 버디’제도를 운영한다. 간부급의 멘터는 과제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대리급 사원은 버디(친구)로서 인턴에게 도움을 준다. 인턴이 배치 받은 계열사를 벗어나 CJ그룹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2주에 한 번씩 모이는 전체 미팅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8주차 모임에서는 계열사별로 8주간의 인턴십을 돌아보는 손수제작물(UCC)을 제작해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CJ는 인턴십 종료 후 최종 합격자를 9월 초에 발표한다. CJ가 요구하는 자격을 갖췄다면 인턴십 참가자 100%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합격자는 하반기 대졸 공채 신입사원들과 함께 입사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채용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

▽좋은 예-적극성과 아이디어를 발산하라

인턴이 첫 배치를 받으면 생소한 환경과 낯선 선배, 그리고 평가에 대한 부담감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팀원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인턴은 돋보인다. 실제로 CJ그룹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에서 인턴을 했던 A 씨는 쟁쟁한 선배가 가득한 회의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자신 있게 피력했고, 모든 팀원이 그 아이디어를 인정해 실제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당시 A 씨를 평가했던 멘터는 “기존 사원의 아이디어보다 우수했다”고 평가했을 정도. A 씨는 그해 겨울 CJ그룹 일원이 됐다.

▽나쁜 예-평가만 잘 받으면 된다?

2009년 여름 인턴십에 참가한 B 씨의 경우 멘터와 부서장, 인사팀 등 평가와 관련된 회사 관계자 앞에서는 성실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B 씨는 인턴십을 통과하지 못했다. 동료들과의 불협화음이 문제였다. B 씨는 독불장군 스타일인 ‘나는 나, 너는 너’ 식의 태도로 분위기를 해쳤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는 소극적으로 임했다. 특히 사적인 자리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자주 표출했는데, 평가자 앞에서는 긍정적인 모습만을 보이고 뒤에서는 회사를 비방하는 이중적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조직 구성원으로서 인성이 부족하면 인턴십을 통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