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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黨 정보권력 통합한 정찰총국은 김정은 작품…뭔가 보여주려 강경도발”

입력 | 2010-04-22 03:00:00

대북 소식통 밝혀

김영철 상장은 하수인일 뿐
김정은이 대남공작망 장악
맘 먹으면 잠수함 띄울수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기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북한 고위권력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소식통의 전언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왜 김정은이 지시했다고 생각하나.

“현재 정찰총국의 주요 결정사항은 그의 비준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 자꾸 정찰총국장인 김영철 상장(한국의 중장)에게 이목이 집중되는데 황 전 비서 암살 지시는 김 상장이 내릴 수준의 것이 아니다. 정찰총국은 지난해 2월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대외정보조사부)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통폐합하면서 탄생했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갓 상장으로 진급한 김 상장이 두 계급 위인 오극렬 차수가 맡고 있던 작전부나 노동당 부장급이 맡았던 35호실을 지휘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도 김 상장은 35호실과 작전부 일에 전혀 간섭하지 못하고 있으며 권한도 제한적이다.”

―김정은의 정찰총국 장악 과정은….

“김정은은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대외 정보 및 공작망을 틀어쥐는 데 매우 집착했다. 2007년 정찰국에 대외 정보기관을 만들라고 명령했지만 해외정보망이 명령 하나로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실패했다. 그러자 지난해 2월 김정은은 정찰국에 작전부와 35호실을 포함시킨 뒤 정찰총국으로 격상시키고 모든 권한을 틀어쥐었다. 지금 정찰총국의 권한은 매우 크다. 김정은이 해외 정보 및 공작조직을 장악한 것은 김정일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이 체제 안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경찰)보다도 먼저 해외 공작기관을 장악했다는 점이다.”

―황 전 비서는 망명한 지 오래되었는데 왜 이제 와서 암살 기도를 하는가.

“지금 김정은은 아버지에게서 보위부와 보안부의 권력을 넘겨받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하려면 정찰총국에서 아버지에게 보여줄 성과물을 낼 필요가 있다. 남한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해 북의 강경파들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이것저것 일을 꾸미는 것일 수도 있다. 황 전 비서의 경우엔 상징성도 있다. 철저한 경호를 받던 황 전 비서까지 암살한다면 반북 활동을 벌이는 다른 탈북자들은 훨씬 쉽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 했을 것이다. 황 전 비서 정도는 돼야 북한에까지 소문이 퍼져 동요하는 내부 간부들에게 배반하면 저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줄 수도 있다. 대내용 못지않게 남한에 공포심을 주고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다른 탈북자를 암살해 봐야 이 정도의 효과는 안 나온다.”

―천안함 공격도 김정은의 작품인가.

“소문은 많이 돌지만 진위는 나도 알 수 없다. 아주 극소수만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잠수함과 반잠수정을 운용하던 작전부와 35호실이 모두 김정은에게 장악됐기 때문에 정찰총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함정 기습 공격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군이나 4군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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