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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그들 늘 그런걸… 난 죽는게 두렵지 않아”

입력 | 2010-04-22 03:00:00

“나는 괜찮다” 예정 일정 소화
총리보다 높은 최상급 경호




“어, 나는 괜찮아요, 괜찮아. 그들(북한) 늘 그런 건데 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튼 우리 정부가 2명을 붙잡은 것은 참 잘된 일이에요. 잘된 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북한민주화위원장)는 21일 오후 기자와 통화하면서 평소보다 밝고 건강한 목소리로 오히려 기자를 안심시켰다. 그는 북한이 공작원을 파견했고 이들이 검거된 사실을 이날 오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경호팀은 올해 87세인 황 전 비서가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황 전 비서는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기 직전인 2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서울 모처에서 대학생들과 철학 간담회를 갖고 천안함 침몰 사건 등에 대해 발언했다.

북한 공작원 2명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측근들은 21일 오전 일찍부터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한 측근은 “예전과 같이 의연한 목소리로 ‘내가 죽는 것을 두려워할 사람이냐’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북한 지도부가 황 선생을 어떻게 한다면 그들이 오히려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측근은 “황 선생은 예전에도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의연하게 대처했다”고 전했다.

황 전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공작원 2명이 구속되면서 황 전 비서의 신변보호와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황 전 비서 경호 수준을 단계별 경호 중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경찰청은 21일 “테러 기도가 확인된 만큼 현재 단계별 경호 수준 가운데 ‘가’급 경호를 받던 황 전 비서의 근접 경호를 최상급으로 더욱 강화했다”며 “국무총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호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다음으로 안전한 경호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존 7, 8명인 경호 전담팀 인원을 16명으로 늘렸다.

가, 나, 다 3단계로 나뉘는 경찰 경호수준 가운데 북한 당국과 연관된 핵심 탈북자의 경호 수준은 ‘가’급에 해당한다. 황 전 비서는 평소 안전 가옥에 머물며 경찰 신변보호 전담요원팀의 24시간 경호를 받아왔다. 경호 전담요원은 경찰특공대 중 사격, 격투 1인자 등 최고요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최신형 총기를 소지하고 황 전 비서와 숙식을 함께한다.

황 전 비서와 함께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김덕홍 씨(72),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범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던 김현희 씨(48) 등도 ‘가’급 경호 대상이다.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가’급 탈북자는 10여 명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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