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슈타인바허 30일 첫 한국무대세종문화회관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씨는 서구인과 동양인의 느낌을 모두 갖춘 외모를 지녔다. 그는 “연주활동을 하면서 많은 한국인 음악가와 친해졌는데 하나같이 매사에 긍정적 자세와 열정을 갖춘 재주꾼”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어릴 때부터 성악곡을 많이 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경험이 바이올린 연주에 영향을 주나요.
“그럼요. 제 아버지는 뮌헨 오페라 극장 소속 피아노 반주자셨어요. 1960년대 명테너 프리츠 분덜리히와도 오래 함께 작업했죠. 일본인인 어머니도 성악가셨죠. 제 이름 ‘아라벨라’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제목에서 따온 거예요. 모든 악기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따른다고 저는 생각해요. 분절법과 호흡 등… 성악가들의 자연스러운 노래처럼 연주하려고 노력하죠.”
―미요와 쇼스타코비치 등 20세기 음악가들의 작품을 담은 음반으로 잇달아 상을 받았는데, 서울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의외입니다.
“제가 20세기 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건 사실이지만 음악적 경험의 뿌리는 고전주의와 민족주의를 포함하는 낭만주의 음악에 있다고 믿어요. 미요나 쇼스타코비치의 음악도 인간 내면의 심층에 있는 정서를 끌어내는 음악이므로 ‘구조’를 중시하는 현대음악과는 다르죠. 어떤 시대의 음악이든지 인간의 영혼에 직접 와 닿는 음악이 진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3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9세 때 뮌헨의 바이올린 명교사 아나 추마첸코의 최연소 제자가 됐다. 그는 “추마첸코의 제자 중에서 그의 ‘판박이’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추마첸코 선생님의 특징은, 학생 각자가 다른 개성을 가졌으므로 그 개성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장려한다는 거예요. 학생을 받아들이는 원칙도 ‘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악기로 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맞추시죠. 13년 동안 레슨을 받았지만 지금도 찾아갈 때마다 제가 한층 더 클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분입니다.”
슈타인바허가 협연하는 샤를 뒤투아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30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라벨 ‘라 발스’ 등도 연주된다. 5월 1일에는 협연자 없이 스트라빈스키 ‘불새’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4만∼20만 원. 02-399-1114∼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