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에는 매일 저녁 식사 시간 무렵이면 손님이 밀려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식당 이름은 ‘김치공주(KIMCHI PRINCESS)’.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독일인들에게는 귀엽고 상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베를린 거주 교민이나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할 생각으로 차린 음식점이 아니기 때문에 붙일 수 있었던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슨 배짱인지 길가에 나와 있는 조그마한 간판에는 로마자를 병기하지 않고 한글로만 상호가 적혀 있다. 그 정도로 자신 있다는 것인가? 아무튼 그 자신감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 모국 독일에 온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직원들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는 “한식 세계화 성공 요령을 ‘김치공주’에서 배울 수 있다”고 극찬했다.
○ 한글 간판… 마루 바닥… 냄새까지 한국 그대로
이 사장은 “요즘 한식 세계화 논의는 다양하게 이뤄지지 않고 ‘로컬화’에 초점이 맞춰진 ‘퓨전’이나 ‘변화’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김치공주’는 완전히 한국적인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며 한식의 세계화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공주’의 박영미 사장은 “가게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지만 약 5년 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며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이곳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한국 음식 또는 한국적인 공간을 소개할 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식당에 마루를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색다르고 재밌으며,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진정한 한국 음식을 독일인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 한국인과 독일인 동업을 통한 마케팅의 성공
‘김치공주’는 한국인인 박 사장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독일인 3명과의 동업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음식과 문화가 ‘취사선택’됐다. 음식을 담당하는 박 사장이 메뉴를 제안하면 나머지 독일인들이 그 맛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무턱대고 ‘한국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던 것. 메뉴 이름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독일어와 영어 설명을 곁들이긴 했지만 메뉴판에는 ‘GALBI GUI’(갈비구이)-19.50유로, ‘DAEJI BULGOGI’(돼지 불고기)-14.50유로, ‘BUL NAK’(불낙)-16.50유로, ‘HEMUL JEONGOL’(해물 전골)-15.50유로, ‘BIBIMBAP’(비빔밥)-9.50유로 등으로 써 있다.
박 사장은 “반찬도 모두 한국식”이라며 “김치를 비롯한 나물 등 6종류의 반찬에 대해서는 종업원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한다”고 말했다. 독일인들은 그런 경험을 즐겁고 신기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종업원들의 절반은 독일인이고 나머지는 한국인 이민 2, 3세들이다.
지난해 개점 이후부터 연말까지 주말 등을 이용해 유명 뮤지션이나 배우, 작가 등을 초청해 다양한 파티를 열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짧은 기간에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사장은 “동업하는 독일인들이 독일 내에서 인맥이 넓고 트렌드 분석에 뛰어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마케팅을, 나는 맛을 책임지는 이원화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매출이나 수익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꺼렸지만, 가게 문을 연 지 약 2달 만에 베를린 전역에 소문이 났고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양념이 다소 강한 한국 음식, 마루와 양반다리 등이 모두 외국의 한국 음식점에서 배제되는 요인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성공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