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여성조각가인 석주 윤영자 씨(86·석주미술재단 이사장)가 제정한 이 상이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석주상은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 미술인을 위한 상으로 회화 입체 공예 평론 분야에서 활동하는 40∼59세 여성 미술인이 대상이다.
역대 수상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1990년 정경연 씨가 제1회 상을 받은 뒤 공예부문에서 김승희 장진 유리지, 조각 분야에서 박상숙 정보원 김혜원, 설치미술로는 심영철 이불 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서양화가 석난희 홍정희 조문자 차우희 권이나, 동양화가 이숙자 원문자 송수련 홍순주, 평론가 윤난지, 김홍희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학 퇴직금(목원대)과 사재를 털어 석주상을 만든 윤 이사장은 브론즈와 대리석 조각을 선보였다. 홍익대 졸업 후 1950년대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돌, 철,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를 섭렵하고 형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양식실험을 통해 전후 모더니즘 예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수상자들의 작업에선 각기 다른 미학적 비전과 창조적 에너지가 어우러진다. 화가 석난희 조문자 홍정희 씨 등은 모더니즘의 시대를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업을 내놓는다. 김승희 유리지 장진 씨는 공예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 순수와 생활예술의 벽을 무너뜨린다. 심영철, 이불 씨의 작품은 모더니즘에서 멀리 일탈한 작업으로 또 다른 스펙트럼을 이룬다.
윤 이사장은 “이번 전시에서 석주문화재단이 걸어온 그간의 자취와 노력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4시 개막식에선 윤 이사장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 헌정될 예정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