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마리 도살처분한 女농민…충격 못이기고 목숨 끊어
“자식처럼 마음을 주고 정성스레 키운 소를 모두 잃었으니….”
2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종합병원 영안실.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한우 39마리를 한꺼번에 도살처분한 슬픔에 전날 하천에 몸을 던져 숨진 여성 농민 석모 씨(52)의 문상을 위해 영안실을 찾은 동네 주민들도 큰 슬픔에 빠졌다.
경찰은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석 씨가 소들을 모두 잃은 뒤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3일 오전 5시경에는 석 씨 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당시 집에는 석 씨 부부가 있었지만 밖으로 피해 무사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소를 자식처럼 끔찍이도 아꼈는데 도살처분돼 땅에 묻히는 처참한 광경을 지켜본 뒤 충격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강화군 선원면 관계자는 “이번 도살처분으로 선원면에는 단 한 마리의 소, 돼지도 없다”며 “지금 농민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로도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구제역으로 자식 같은 가축을 도살처분한 농민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 강화군 관계자는 “축산농가 대부분이 시설투자 및 사료 값으로 최소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 재산과 다름없는 가축을 도살처분해 허탈감과 함께 대출금 상환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강화=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