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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온라인 펀드가 무섭게 크는 까닭은

입력 | 2010-04-24 03:00:00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인터넷의 확산은 증권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요즘 국내 주식거래의 80%가 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질 정도다.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지점을 오갈 필요가 없어 편리한 데다 정보를 쉽게 얻기 때문이다.

예전에 투자자들이 주식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증권사 직원이었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과 직접 만나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피해가기 어려웠다. 인터넷의 발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다. 정보의 질은 물론이고 공유하는 속도에서도 증권사 영업직원과 투자자 간의 괴리가 많이 좁혀졌다. 또 거래할 때마다 매번 0.5%의 수수료를 냈지만 이 수수료가 저렴해지면서 온라인 주식 거래 시장은 급격한 팽창세를 보이게 됐다.

최근 온라인 펀드 시장의 급성장은 온라인 주식거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직 전체 펀드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은 편이지만 그 성장 속도는 아주 빠르다. 아무래도 펀드 판매사에 대한 거부감도 온라인 펀드 시장 성장의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가입한 펀드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부가 서비스가 부족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가 하락으로 펀드가 큰 손실이 났는데도 운용보수니, 판매보수니 하면서 비용을 챙기는 판매사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데만 열심인 판매사들에 거부감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판매사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온라인 펀드 시장으로 옮겨가는 투자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걸어 다니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세상에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펀드를 더 높은 수수료를 내고 가입하려는 투자자가 어디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투자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증권 브로커의 존재 이유는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돌려주는 관리 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펀드이동제가 시작되면서 많은 펀드 판매사가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사 간에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가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앞서는, 수준 높은 정보와 위험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많은 펀드 투자자를 온라인 시장에 빼앗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펀드 판매사들이 온라인 시장에 고객을 뺏긴 주식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차별화된 펀드 관리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때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펀드리서치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