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기업 이상 경쟁 땐 점유율 쟁탈전 과열1개 업체가 시장 장악 땐 독점 규제 강화양강체제 경우는 가격파괴 싸움에 멍들어
‘빅3 법칙’이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3개의 ‘제너럴리스트 기업’이 일반고객을 차지하고, 다수의 스페셜리스트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을 보자. 한때 500개가 넘는 자동차업체가 사투를 벌였다. 결국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제너럴리스트로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 밖에 고급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살린 등 스페셜리스트 업체들이 있다. 제너럴리스트는 시장점유율이 10∼40%, 스페셜리스트는 5% 미만의 점유율을 갖는다.
‘빅3 법칙’이 실제로 통용되는지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 결과가 최근 경영학계에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미국 채프먼대 연구팀은 150개가 넘는 산업 분야의 1000여 개 기업 재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세계 최고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 최신호(2010년 3월호)에 실었다.
흥미로운 점은 제너럴리스트도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어정쩡한 기업(시장점유율 5∼10%)의 수익성이 다른 그룹보다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9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정쩡한 기업들의 평균 ROA는 6.29%였으나 제너럴리스트는 10.57%, 스페셜리스트는 13.57%였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이 5∼10%라면 전문화할지, 아니면 모든 고객층을 상대로 영업할지를 결정해 확실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제너럴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40% 이상인 기업,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1% 미만인 기업은 다른 기업군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페셜리스트는 점유율이 1∼5%일 때, 제너럴리스트는 점유율이 10∼40%일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장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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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
지난해 ‘넛지(Nudge)’란 책이 큰 화제를 모았다. 넛지는 개인이 종종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행동경제학을 근간으로 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장 조사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TV 구매 시 화질이나 음질을 중시한다고 대답해 놓고도 정작 매장에서 음질을 테스트하는 소비자는 1%도 안 된다. 대부분 기능과 상관없는 디자인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DBR는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활용해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는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을 정리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소를 개선했을 때 만족도를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이른바 ‘흥분 요소’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LG전자는 TV에서 디자인이 흥분 요소라고 판단해 X캔버스 보보스 TV를 출시했다. 전면에 스피커를 장착한 다른 평판TV와 달리 보보스 TV는 스피커를 후면에 배치해 프레임이 없는 TV를 만들었다. 이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LG전자는 큰 성공을 거뒀다. 흥분 요소인 디자인이 넛지 역할을 한 셈이다. 소비자의 깊은 내면의 욕구를 파악하고 싶다면 이제 시장 조사에서도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패션과 경영/남성 고객은 갈대가 아니다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가면’ 페르소나 vs. 민얼굴
페 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 로마시대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바로 이 가면이 페르소나다.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 삶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마치 능숙한 배우처럼 많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평생 가면을 쓰고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민얼굴이 아닌, 불가피하게 쓰고 있는 페르소나만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섬세한 철학자였던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맡은 배역 이면의 ‘민얼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민얼굴은 우리 자신의 고유한 믿음, 충동, 욕구, 혐오 등이다. 그는 페르소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얼굴을 망각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것을 경계했다. 동서고금의 고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를 전하는 DBR의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코너에서 페르소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