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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문화해설사’ 김형오 국회의장 국토 돌아보며 풍경을 전하다

입력 | 2010-04-24 03:00:00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김형오 지음/424쪽·1만8000원·생각의나무




“무량수전 옆으로는 부석이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거대한 자연 반석인 이 부석은 장미란 같은 역도 선수가 백 명쯤 달라붙어도 꿈쩍 안 할 것 같은 거대한 바위였습니다. 이 바위가 진짜 선묘 낭자의 분신인가요….”

마치 문화해설사와도 같이 구수한 입담으로 경북 영주 부석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저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그는 구석구석 돌아본 우리 국토의 풍경을 책에 담았다. 홍보를 목적으로 펴내는 다른 정치인들의 책과는 결이 다른 에세이다.

꼼꼼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서술은 전문 여행작가 못지않다. 서울 창덕궁의 대조전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위트가 엿보인다. “임금님 내외가 사랑을 나눌 때면 그 양 옆방에서는 상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군요.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나요? 하지만 잠자리가 그리 편치는 않았겠구나 싶었습니다.”

울산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를 본 뒤 쓴 글에선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난다. 수천 년 전 선인들이 남겨준 훌륭한 문화재가 풍화와 침식으로 훼손돼 가고 있는 현장에 가슴을 친 그는 “선인들이시여 저희에게 지혜를 주소서”라며 글을 맺는다.

경남 마산의 문신미술관은 1980년 귀국한 조각가 문신 씨가 필생의 정열을 기울여 만든 미술관. 김 의장은 “선생님의 얼과 혼과 숨결이 돌 한 조각, 풀 한 포기마다 스며들어 있는 미술관은 그 자체가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일궈낸 전남 해남 울돌목을 방문한 뒤에는 ‘울돌목에 서면 칼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는 글을 썼다. “그 바다 앞에 서서 가만히 귀 기울였을 때 저는 소용돌이치는 물살 소리, 바람 소리와는 또 다르게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칼의 울음소리. 바로 장군님의 장검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비장하게 울음 우는 소리였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