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선동열 “용병잔혹사 할 말 있다”“피해가는 피칭 최악…자신감 회복 시급안타 맞더라도 정면승부 투지 키워야”
삼성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DB]
KIA 라이트, 두산 왈론드, 삼성 크루세타, 롯데 사도스키, LG 곤잘레스, 한화 데폴라까지 용병투수의 수난시대다. 지난해 구톰슨과 로페즈가 KIA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올 시즌 각 구단이 용병 영입에 각별히 공을 들였지만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예전에는 무모하리만큼 정면승부를 하는 용병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며 지적했고, KIA 조범현 감독도 “안일한 생각으로 왔다가 한국 타자들의 타격이 좋으니까 오히려 마운드에서 위축되고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용병들, 피해가는 피칭으로 볼넷 남발
선 감독은 나이트와 크루세타의 부진에 대해 “나이트는 (투구)밸런스가 좋지 않아 상체로만 던지고 있다. 크루세타는 제구력이 원래 왔다갔다하는 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크루세타는 22일 대구 한화전 3회 볼넷을 3개나 내주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선 감독은 “올 시즌 용병들의 제구력이 이상하리만큼 좋지 않다”며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홈런을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하는 게 중요한데 자꾸 피해가는 피칭을 한다. 그러면 볼넷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타를 맞고 대량실점을 하는 것보다 볼넷을 내주며 실점하는 게 가장 안 좋다”고 씁쓸해 했다.
이는 비단 용병 투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 감독은 “나도 잘 안 될 때는 스트라이크를 넣고 싶어도 넣지 못했다”며 “그래도 투수라면 ‘쳐봐라’는 식으로 던져야한다. 가운데 몰려서 맞더라도 마운드 위에서는 무조건 자신 있게, 편안하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싸워보기도 전에 지는 친구들이 있다. 자신의 볼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2군에 간 성영훈도 실점한 게 문제가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지지 않으려는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 감독은 최근 투수들이 투구수를 100개로 한정시켜놓고 스스로의 한계점을 긋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선 감독은 “예전에는 150개는 당연히 던지는 일이었다. 요즘은 (투구)기술이나 파워는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선발∼중간계투∼마무리로 포지션이 나눠지면서 정신력이나 체력은 약해졌다. 오늘 150개를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목표치를 높이 잡아놓고 던지면 더 많이 던질 수 있다. 그렇게 몸을 훈련시켜야 하고, 혹 어디가 아프더라도 팀을 위해 던지겠다는, 희생정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