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명환. [스포츠동아 DB]
2007년 8월 19일 광주 LG-KIA전. 승리투수는 LG 박명환(33·사진)이었다. 프로통산 98번째 승리. 하지만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박명환은 알지 못했다. 그 다음 승리까지는 972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자칫하면 100승도 못 해보고 은퇴할 뻔 했네요.”
사실 그 때 박명환은 아팠다.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첫 해. 거액을 받고 프리에이전트(FA)로 입단했으니,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참고 견디면서 퀄리티스타트 19번에 10승을 해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재활∼재기, 다시 시작되는 박명환의 전성기
1999년부터 아팠던 어깨였다. 통증이 지긋지긋했다. 유니폼을 다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삼성 배영수는 박명환에게 이런 말도 했다. “형, 우리 야구인생이 암에 걸린 것 같아요.” 투수는 공을 던져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이 팔로는 못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수술을 감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돈만 많이 받고 드러누웠다’는 비난보다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 없다’는 현실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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