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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아름답고도 슬픈 지구촌의 얼굴들

입력 | 2010-04-24 03:00:00

◇얀이 들려주는 하늘에서 본 지구 이야기, 얀이 들려주는 지구의 미래/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사진·김외곤 안광국 글/각 69쪽·각 1만8000원·황금물결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한 남성이 목화 더미 위에 한가롭게 누워 있다. 사진 제공 황금물결

세계적인 항공사진작가인 베르트랑의 사진에 지구촌 곳곳의 삶과 문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 책이다. 두 쪽에 걸쳐 펼쳐진 대형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구의 미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2000여 개의 산호초로 이뤄진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는 지금 국가 존폐를 걱정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태평양의 투발루처럼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산호섬의 모습은 사람의 눈동자를 닮았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이 눈동자에는 눈물만 가득할 것 같다. 방글라데시에서 찍은 사진에는 어린 소녀와 할아버지가 물에 잠긴 집 옆의 대나무 사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하고 있다. 온난화로 수년 내 방글라데시 국토의 12%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메뚜기 떼를 카메라에 담았다. 토착 동식물이 20만 종이나 되는 자연박물관인 이곳에서 메뚜기 떼는 자연을 해치고 식량 사정을 악화시키는 골칫덩어리다. 하지만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뿌린다면 자연의 보고인 이곳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책은 경고한다.

‘…지구 이야기’에 실린 각국의 풍경은 그림 같다. 케냐 나이로비국립공원의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와 주변 풍경은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나무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선은 마치 생명의 힘이 나무에서 온 세상으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로코 오아틀라스 마을의 벌집 같은 집들은 지붕과 담이 서로 이어져 있다. 집을 이렇게 짓는 이유는 사막의 모래 먼지와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해서다. 이웃 간에 정은 돈독하지만 밤에는 옆집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