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생쥐/권영품 글·이광익 그림/124쪽·9000원·창비
이 녀석, 겁도 없는 생쥐네. 얼마나 심하게 고양이랑 싸웠는지 꼬리가 뚝 잘리고, 잘난 쥐 텃세가 엄청나다는 학교에서 살겠다고 나서고. 그런데 가만 보니 보통 대담한 녀석이 아니잖아. 남들은 자기 보고 꼬리 잘린 못난 쥐라는데, ‘잘난 쥐는 교실, 못난 쥐는 화장실’이라는 학교 쥐 세계의 법을 확 무시하다니. 교실에 들어앉아선 학생들 앞에서 햄스터인 척하는 꾀도 내고, 못난 쥐들을 설득해서 잘난 쥐들과 맞서야 한다고 부추기고. 가만 보니 쥐들뿐일까. 생긴 걸로, 성적으로 애들끼리도 잘난 녀석 못난 녀석 나누지 않나.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아, 정말 잘난 건 용기, 재치, 자신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란다. 이 작은 생쥐 이야기가 알려주는 것처럼.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