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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애도 물결]관 속의 아들 손에 쥐여준 ‘말로 못한 母情’

입력 | 2010-04-26 03:00:00

고 심영빈중사 어머니 편지 “하늘나라에서 읽어보렴”




2005년 1월 해군 부사관 임관식 때 심영빈 중사(오른쪽)가 어머니 김순자 씨의 손을 꼭 잡고 찍은 사진. 사진 제공 해군 제2함대사령부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의무대에서는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 가운데 11명의 입관식이 열렸다. 이날 하사에서 1계급 특진한 심영빈 중사(26)의 시신에는 새 계급장이 달린 군복이 입혀졌다. 곁에서 통곡하던 어머니 김순자 씨(52)는 고이 간직하고 있던 하얀색 편지를 꺼내 말없이 누워있는 아들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관 뚜껑이 닫히자 어머니 김 씨는 발을 구르며 다시 오열했다.

김 씨는 “한 줄 적고 울고, 또 한 줄 적고 울면서 쓴 마지막 편지”라며 “아들이 천국에서라도 신문에 난 이 편지를 읽었으면 좋겠다”며 동아일보에 똑같은 편지를 전해 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생 학비와 (빠듯한) 부모를 위해 해군에 지원한 너를 보고 잠시나마 기특하다고 생각했던 엄마를 용서해다오.…이 어미 가슴속이 그리 좋더냐. 너를 가슴에 묻고 어찌 살라고…”라며 비통해했다.

김 씨에게 심 중사는 한없이 착하고 듬직한 아들이었다. 그는 월급 대부분을 집에 보낸 효자였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달 26일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아버지 70만 원 보냈어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는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되고 말았다. 김 씨는 “(아들이) 속이라도 한 번 썩였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찢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이 휴가 나올 때마다 일이 바빠 따뜻한 밥을 먹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울먹였다. 오전 7시에 밥상만 차려두고 출근하면서 바라보곤 했던 곤히 자는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다고 한다.

심 중사는 겨울에 옷을 사 입으라고 용돈을 줘도 오히려 “군인에게 사복이 뭐 하러 필요하냐”며 동생의 옷을 사들고 왔다. 어머니 김 씨는 “차비 3만 원만 달라고 해 5만 원을 놓고 일을 나갔더니 남은 2만 원을 책상 위에 두고 갈 정도로 착했다”고 아들을 떠올렸다. 심 중사는 어머니의 애절한 마지막 편지와 함께 28일 화장된다.

평택=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랑하는 나의 아들 영빈아!

매일 안부 물어보고 목소리 들려주던 우리 아들 영빈아 어디 있니. 보고 싶다 영빈아!

사고 며칠 전 엄마의 생일이라고 “어머니 생신 축하해. 늘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하는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행복했고 웃으면서 다른 이들한테도 보여주고 자랑하고 그랬는데…. (중략)

밤새 네게 전화를 걸어도 벨소리만 울리고, 바다니까 안 터지겠지 생각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잠 못 이루다 새벽에 실종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올라왔을 땐 울부짖으면서 꿈인가 했었다. 아니 꿈이라 믿고 싶었다. (중략)

친구가 많아도 마음대로 한번 놀아보지 못하고 대학 입학은 했으나 학업도 잠시 접은 채로 동생 학비와 부모님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해군에 지원한 너를 보고 그땐 기특하단 생각을 한 부모를 용서해다오. 아들아∼아들아∼, 미안하다.

부모가 네게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은데 언제 다 갚으라고 부모 마음을 이리도 찢어놓고 너만 가느냐? 이 어미 가슴속이 그리 좋더냐. 너를 가슴에 묻고 어찌 살라고…. (중략)

영빈아!

대한민국 해군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 우리 아들 자랑스럽구나. 영혼이나마 또다시 이런 참변이 없기를. 서해 바다를 지켜다오.

보고 싶다, 아들아!! 사랑한다, 영빈아!!』


▲ 동영상 = “용사 여러분, 편히 잠드소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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