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서 만난 GM대우車마이크 아카몬 사장
中시장 강화위한 철수설 강력부인
“한국은 소중한 경차개발-생산 센터
대우차판매와 결별은 불가피했다”
GM대우자동차는 자산 총액이 8조1000억 원(4월 1일 기준)으로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 중 에쓰오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회사.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크다. 그런데 최근 들어 끊임없이 ‘철수설’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철수설의 요지는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인건비가 비싼 한국에서의 생산·개발 능력을 중국으로 옮기고 효용이 다한 GM대우차는 단순 생산기지화(化)하거나 서서히 포기하리라는 것. 그럴 때마다 GM대우차는 ‘절대 아니다’라며 펄쩍 뛰지만, 회사가 인사나 투자 등 주요 경영결정을 할 때면 어김없이 철수설이 그 배경으로 지목돼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마 이크 아카몬 GM대우자동차 사장은 23일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한국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때의 모습. 사진 제공 GM대우자동차
“솔직히 말해 우리 회사에 대한 불신은 부당하다. GM대우차는 지금까지 르노삼성차보다 한국에 투자한 금액도 많고, 앞으로도 한국에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추가투자를 할 것이다. 이걸 보면 우리가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지 않나. GM대우차는 글로벌 GM의 경차와 소형차 개발 센터이며, GM의 다른 자회사들은 소형차나 경차를 개발하거나 설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GM대우차에 대해서는 왜 국내 여론이 그렇게 안 좋다고 보나.
“몇몇 언론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판매 부수를 높이려 감정에 호소하는 기사가 아니라 사실과 재무 분석에 근거한, 논리적인 기사가 작성됐으면 좋겠다. GM대우차가 계속 차량을 개발하고 자본을 투자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 달라. 모든 기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일부 기자들이 사실이 아닌 허위 보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그런 기자들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허위 보도를 하는 기자는 다시는 GM대우차와 인터뷰를 하지 못할 것이고,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읽어야 할 거다.”
―르노는 한국지사인 르노삼성차의 독자성을 인정하지만 GM은 GM대우차 경영에 간섭을 많이 한다던데….
“사실이 아니다. GM대우차를 운영할 권한과 책임은 사장인 내게 있다. 물론 글로벌 GM 차원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한국 내수 시장 점유율이 계속 줄어드는 등 한국시장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철수설이 나오는 것 아닐까.
“물론 내수 시장 점유율을 올리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GM대우차는 기본적으로 수출 기업이다. 지난해 GM대우차가 판매한 차량은 약 160만 대(반조립제품 수출 포함)인데, 이 중 11만여 대가 내수 시장 판매량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출 판매다. 내수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위축돼 있어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인기 콘테스트에 나가려고 한국에 온 게 아니다. CEO로서 회사의 직원들과 노조, 주주에게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그런 비난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대우차판매를 떠난 게 아니다. 대우차판매가 우리를 떠날 수밖에 없게끔 했다. 내가 내린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곤란하지만 대우차판매를 살펴보면 왜 우리가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될 거다. 대우차판매의 일련의 행보 때문에 GM대우차가 차를 파는 데 타격이 있었다.”
―그러면 올해 내수 시장 목표는 얼마인가.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수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GM대우차의 지난해 내수 시장 점유율은 8.2%로 르노삼성차의 9.6%보다 낮았다.)
―최근 한국인 임원 2명을 해임한 것을 놓고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던데….
“인사에 관한 사항은 보통 언론에 공개하지 않지만, 최근 임원 2명이 퇴직한 건 맞다. 후임자가 이후에 바로 선임됐다. 그렇지만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정상적인 사업 운영의 일환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현재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얼마나 남았나.
“1조 원가량이다.”
문답을 마칠 때쯤 베이징 모터쇼에서 가장 훌륭한 차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아카몬 사장은 “참 어려운 질문”이라며 “시보레 스파크”라고 대답했다. 시보레 스파크는 GM대우차가 개발을 주도한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해외 수출명이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이번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중국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마이크 아카몬
―1958년 7월 캐나다 몬트리올 생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과 졸업
―1980년 제너럴모터스(GM) 캐나다 입사
―캐나다 테레즈 GM공장 총책임자
―GM 글로벌 구매 부문 부품 품질 및 개발 담당 전무
―GM 파워트레인 유럽 부사장
―2009년 10월 GM대우자동차 3대 사장 부임
베이징=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사업철수설 왜 나왔나
中대주주 쌍용차 철수 - GM구조조정으로 불거져
GM대우차의 철수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경영 악화로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쌍용차가 존망의 위기에 빠지자 외국계 자동차회사이자 경영이 어려워진 GM대우차에 관심이 쏠린 것. GM대우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산업은행 등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자 ‘대주주이자 모기업인 GM이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한국 측에만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내 여론이 형성됐다.
비슷한 시기 GM이 일부 브랜드를 청산하고 우량 브랜드만으로 이른바 ‘굿 GM’을 만드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GM대우차가 굿 GM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GM대우차는 굿 GM에 포함됐고, GM 측이 GM대우차에 4900여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도 벗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에게는 ‘GM대우차는 GM의 회사’라는 인식이 남았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GM대우차가 경쟁력을 보유한 경소형차 부문은 중국과 인도가 바짝 쫓아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몇 년이 지나면 인건비 경쟁력이 있는 중국·인도의 생산기지가 GM대우차의 물량을 가져가게 되고 GM대우차는 서서히 고사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GM이 자회사의 기술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글로벌 개발 체제를 갖추고 있는 점도 철수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GM대우차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GM의 전략 모델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은 맞지만 기술 소유권은 글로벌 GM에 있는 만큼 GM이 한국을 떠나면 고부가가치 자산인 기술과 개발 능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른바 ‘하청기지화’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글로벌GM 본사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 추구에만 주력하는 경영 방식을 택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기업인 GM 파산보호 사태 이후 독일 자회사 ‘오펠’을 매각하겠다던 약속을 뒤집는 등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GM대우차 측은 이에 대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있다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GM대우차에 4900여억 원을 투자할 수 있었겠냐”라며 “GM과 GM대우차는 한몸이며, GM대우차에 대한 중장기 발전 계획도 명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