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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로벌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최근 한국 증시에서도 매수 일변도였던 외국인투자가의 태도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형성돼 왔다. 일간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고 장중에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로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인마저 변심한다면 증시는 매수 주체의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다. 외국인의 자금 여력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펀드 자금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 태평양지역(Pacific) 펀드 등이다. 이들 자금은 올해 들어서만 221억 달러(약 24조 원)가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10조 원이 넘는다.
미국 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자금력도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 자금의 40%가 미국계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의 펀드자금 유입은 외국인의 자금여력 확충과 직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원유 선물시장에서는 전체 거래 가운데 투기적 거래의 비중이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상위 5% 수준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이다.
원유 선물같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투기적 거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자금력과 함께 위험자산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앞으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
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